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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주 Sep 13. 2024

밀라노 두오모 성당에 간디님이 서 계실리 없는데...

이탈리아 카톨릭 문화와 역사를 느껴보다.

유럽 공원이나 박물관에 가보면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올 듯한 멋진 조각상들을 볼 수 있다. 민망하리만치 헐벗고 근육질이다. 귀족이나 사회지도층 같은 위엄을 강조한 조각상도 있고, 전쟁 영웅과 같은 역동성, 영웅심을 표현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 곳 이탈리아 밀라노 두오모 성당의 한 켠, 일반적인 동상들과 다르게 깡마른 모습의 동상이 서 있다.

밀라노 두오모 성당에 성 바르톨로뮤 상 by 세반하별

자세히 보니 단순히 마른 성인이 아니다. 대 근육과 소 근육, 그 사이사이 있는 줄도 모르던 세밀한 근육들, 울퉁불퉁 솟아오른 혈관, 뼈 마디마디. <인체의 신비> 전에서 실제 인물을 그대로 전시해 놓은 것 아닌가 논란이 많았던 그때의 전시 작품들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다른 점은 드레이프라 불리는 숄과 같은 천을 살짝 걸쳐 중요부위를 가리고 있고 한 손에는 뭔가 껍질을 벗겨낼 때 쓰는 끌개, 다른 한 손에는 복음서가 들려 있다.


눈빛은 형형한 빛을 띠고 있는데 무던히 고단했던 삶 속에서 정의, 믿음을 찾아 애쓴 성자의 아우라를 느낄 수 있다. 다만 두려움인지, 기개인지 알 수 없는 노기가 눈빛에 서려 있다는 것이 다른 성인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누굴까? 극강의 화려함을 자랑하는 가톨릭 성당 한가운데 이 동상은 무척 이질적인 모습으로 서 있다.


이 성인에 대한 관심을 멈출 수 없어 바로 정보를 찾아본다. '성 바르톨로뮤'라는 그리스도의 12 성인 중 한 사람이다. 현재는 국가 아르메니아인  지역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성인이다. 그 지역 토착신을 숭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현지인들에 의해 산 채로 몸 가죽이 벗겨지고 그대로 뒤집혀 매달려서 단두 교수형에 처해졌다고 한다. 동상의 몸을 헐겁게 휘감고 있던 것은 휘장이 아니라 성인의 벗겨진 가죽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하니 아연실색할 노릇이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바르토로뮤 성인은 가죽공예사, 책표지세공사, 육가공종사자들, 신발수선공 등 가죽을 가지고 작업을 하는 이들의 수호자가 된다. 매년 8월 24일은 로마 가톨릭 축일, 매년 6월 11일은 그리스정교회 축일로 그의 희생과 정신을 기리고 있다.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 내부 모습 by 세반하별

이 잔인하고 무서운 성인의 이야기를 뒤로 하고, 성당 내부는 다른 어느 가톨릭 성당과 비교해도 손에 꼽을 만큼 화려하고 성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수 많은 성인들의 이야기를 묘사한 오색의 스테인드 글라스는 30도가 넘는 뜨거운 여름날의 태양 빛을 은은하게 투과해서 성당 내부를 화려하게 물들인다. 내부 바닥은 해시계 무늬의 타일로 치장되어 있고, 마호가니빛 나무 가구들은 가톨릭 신도들의 기도를 올렸을 그 시간과 빛을 그대로 간직한 채 다른 조각상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 외부 첨탑 모습 by 세반하별

옥상으로 올라가면 뜨거운 태양 아래 뾰족뾰족하게 솟은 첨탑들이 눈에 띈다. 마리아 성인상부터 고딕양식의 괴물들, 무시무시한 공룡상 마저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다. 고딕 특유의 냉소적이고 그로테스크한 모습들이다. 이 성당에는 조각상만 3400개인데, 그중 괴물 얼굴을 한 석상이 700여 개 있다. 바라보고 있노라면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예술적 한계가 과연 존재할까 경외심마저 든다.


그 위 테라스에 서면 밀라노 도시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저 멀리 알프스 산맥의 끝자락도 어렴풋이 육안으로 볼 수 있다. 성당 첨탑 위 수많은 성인 조각상 중 가장 높이 서 있다는 첨탑 끝에는  완벽한 사랑을 상징하는 금빛의 리 마도니아(Madonnina)가 전경을 내려다보며 빛나고 있다.


두오모 성당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1386년을 건립이 시작된 이 건물은, 1418년경 도중 비용과 노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공사가 중단되어 오랫동안 밀라노 중심의 미완성 건축물로 남아있었다고 한다. 19세기 나폴레옹이 그 옆 아케이드(facade)와 함께 성당의 건축 마무리 작업을 진행했고, 1965년이 되어서야 마지막 작업을 거쳐 완공되었다. 무려 6세기의 시간이 걸린 셈이다.  


마지오네라는 호수에서 채취된 핑크빛 백색 대리석을 엄선해서 그 재료로 지어진 이 성당에는, 그 당시 내노라하는 수 천명의 예술가들, 특수 건설인들, 건축가들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인부들의 예술혼과 노력이 담겨 있다. 현재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 유산이다.


현재 이탈리아인의 80%가 로만 가톨릭 교도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종교의 가르침 따라 하느님만을 믿고 10 계명에 따라 청렴하고 성심으로 살아가다 보면, 가톨릭 성인들이 그대들을 지켜주고 응원하리라는 메시지가 강하게 느껴진다.

두오모 성당의 내부와 꼭대기 첨탑을 충분히 경험하고 나선다. 성당 밖은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그 인파는 성당 광장 옆, 수려한 모습의 아케이드까지 이어진다. 멋지고 화려한 경관에 다들 추억 사진 한장을 남기느라 여념이 없다.  


관광객들로 붐비는 그 거리 양쪽으로는 커피를 마시거나 간단한 술을 마실 수 있는 식당들이 즐비하다. 그 안에서 조용히 이탈리안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과거와 현재를 널뛰기 하듯 여행하고 있는 묘한 기분에 젖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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