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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채소로 영국 겨울나기

장 건강으로 면역세포를 키우자.

by 김명주 Jan 0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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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겨울은 어둡고 축축하다. 영국섬 옆 대서양은 바람도 많고 기류의 변화가 심해 매번 회오리 같은 비구름을 만들어 끊임없이 유럽 대륙으로 날려 보낸다. 이 땅에 크리스마스가 유난히 화려하고 북적이는 이유는 사람들이 긴 겨울 동안 잘 살아남기 위한 에너지를 모으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제 성탄절도 새해맞이도 끝났으니 지금부터 1~2월은 지루한 겨울과의 동고동락이다.  


 

내가 사는 영국 남부는 웬만해서는 겨울에도 영하로 기온이 떨어지는 법이 없다. 하지만 정말 끊임없이 비가 내리기 때문에 그 축축한 습기를 먹은 냉기에 뼈가 시리게 추운 느낌을 받는다. 덕분에 감기 환자가 많다. 어떻게 하면 면역력을 높일 수 있을까.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요즘 제철 채소, 지역 농산물로 한식 요리를 해보는 재미에 빠져 있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영국 음식은 대체로 밍밍하고 식감이 부족하다. 한국 김치와 같은 절임 채소를 곁들여 먹어보면 어떨까 궁리가 많다.  


 

영국 슈퍼마켓에 가보면 대부분 기후가 따뜻한 남부 유럽에서 수입해 온 농산물이다. 이곳 영국도 물가가 많이 올라 Cost of Living Crisis라는 말이 귀에 딱지 앉도록 들려온다. 영국 서민들이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값싼 야채들이 나의 주 타깃인데 영국 순무(Swede), 영국산 호박(Butter Squash), 하얀 당근 같은 파스닙(Parsnip) 그리고 감자, 당근 등 주로 구황작물들이다.  


 

영국 사람들은 주로 이런 야채들을 향신료를 잔뜩 뿌리고 버터를 듬뿍 넣어 오븐에 넣어 구워 먹는다. 특유의 흙맛이 나기 때문에 값싸고 섬유질이 풍부한 제철 야채임에도 불구하고 우선 우리 집 식탁에서부터 그리 환영받지 못한다. 곱게 갈아서 수프 형태를 만들거나 고기 음식 소스 등으로 활용을 해보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 우선 그 특유의 흙 맛을 중화하기 위해 크림을 다량 넣어 달짝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 크림은 유제품이면서 칼로리가 상당히 높다.  


 

깍두기나 섞박지를 만드는 조선무를 이곳에서는 살 수 없다. 중국 무를 구할 수 있는데 바람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고 무즙이 우리네 무만큼 달고 시원하지 않다. 그에 비해 가격은 현지 계절 채소에 비해 비싸다. 대신 Swede라는 현지 순무를 활용해 본다. 어렸을 때 강원도 순무 김치를 먹어 본 기억이 있다. 이 Swede도 그런 식감과 맛이다. 영국 순무로 깍두기를 담가 보는데 우리나라 무와 다르게 부족한 즙과 단 맛을 살리기 위해 사이다를 조금 넣어 보기도 하고 깍둑썰기가 아닌 어슷 썰기로 잘라 식감을 개선해보기도 한다.   


 

면역세포의 70~80%가 장 속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장 건강은 매우 중요하다. 영국 식탁에는 육고기와 같은 고 단백질 위주 식단이고, 그 유명한 피시 앤 칩스처럼 튀긴 음식도 많다. 영국뿐만 아니라 바쁜 일상을 사는 전 세계인들과 마찬가지로 미리 조리된 레토르트나 가공식품의 소비가 많다 보니 고 칼로리, 고 염분이기도 하다. 모두 장 건강을 해치는 식습관으로 장 건강에 좋은 비타민이나 섬유질이 부족하다. 덕분에 현대인들은 각종 성인병에 노출되어 있는데, 더 건강한 100세 인생을 누리기 위해  붉은 육류나 유제품, 가공 식품을 줄이고 대신 미네랄이 풍부한 뿌리채소의 섭취를 늘리는 방법을 많이들 추천한다. 유산균을 더 많이 증식시키는 방법으로 발효 식품 또한 영국 현지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나는 한식을 사랑한다. 육류나 유제품 없이도 얼마든지 맛있게 제철 음식 즐기며 잘 살아온 사람이다. 내가 아는 조리 방법과 맛이 있다. 다만 입맛에 보수적인 영국 사람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레시피가 무엇이냐가 관건이다.


 

다름을 받아들이고 그에 맞는 새로운 맛을 만들어가는 것이 딱 나의 이민 생활과 같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겨울 날씨도 다른 식재료, 식문화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지만 자연에 순응하고 받아들이면서 건강하게 겨울을 나보고자 한다. 목감기에 걸렸을 때 엄마가 끓여주시던 배랑 도라지 넣은 차를 대신해 여기서는 무엇으로 만들어봐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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