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0대에 시작한 웨이트, 효과는 굉장했다!
- 나다의 정신줄 잡기 프로젝트
‘살려고 운동’하는 나이가 되어간다. 운동과 영 연이 없었던 나는 30대가 되고서야 다양한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최근엔 웨이트 트레이닝에 빠져있다. 미디어에 영향인지, 너도 나도 헬스장을 끊고 비싼 수업료를 내며 피티 수업을 듣는 시대, 그게 일종의 ‘자기관리’라며 매일 자기 위안을 하는 친구들에게 문득, 나의 웨이트 도전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5개월 전 시작한 웨이트 트레이닝은 어떤 도전이었다. 이걸로 대단한 몸매를 가지고자 한 건 아니었다. 타고난 운동신경이 없었기에 여기서 재능을 찾고자 하는 욕심도 없었다. 게다가 나는 어린 시절, 건강 상의 이유로 수술대에 자주 올라야 했고 전신 마취를 대여섯번 이상하며 체력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렇게 체력이 약하다는 걸 인정하기까지 30년이 걸렸고 여전히 나는 외출 후, 이틀은 누워있어야 하는 병약한 30대라는 말씀.
그런 내가 헬스장을 찾게 된 것은 몸보다 아픈 마음 때문이었다. 인간에 대한 실망과 세상이 나를 외면했다는 절망감, 혼자 있는 게 가장 좋지만 반드시 사람은 필요했던 내게 뭐든 탈출구가 필요했다. 그때 ‘피티’를 받아보고 싶다는 몇 개월 전 소망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고 뜬금없이 피티를 결제했다.
처음부터 못 박았다. 저는 식단은 하지 않을 거고 살을 빼지도 않을 거예요. 그냥 좀 (정신이) 건강해지고 싶어요. 간단하지만 간절한 바람이었다.
하지만 첫 수업부터 쉽지 않았다. 맨몸 스쿼트 몇 개 했다고 머리가 핑핑 돌고 폼 롤러로 허벅지를 푸는 것조차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피티 선생님은 나를 위로했지만 실은 뭐든 괜찮았다. 왜냐면 신기하게도 이게 좀 재밌었기 때문이다. 이건 성적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잘 한다고 해도, 못 한다고 해도 별로 상관 없었다. 어차피 내 몸이니까. 남과의 비교도, 줄 세우기도 필요 없고 소통도 필요 없다. 그냥 시키는 대로 하기만 하면 됐다. 못하겠으면 못하겠다고 했고 잘하고 싶으면 한 번 더 해볼게요, 라고 했다. 정해진 수업 시간 안에서 가능과 불가능은 내가 정하면 되는 거였다.
잘 하지 않아도 괜찮은 마음, 그게 희한하게 좋았다.
매일 꾸준히만 하면 되는 것, 벅찬 무게를 들고 내 몸의 자극에만 집중하는 시간, 이건 태어나서 처음 주어지는 시간이었다. 잠자는 시간 빼고는 늘 생각에 시달리는 내게 머리를 비울 수 있는 시간은 웨이트 할 때 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웨이트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은 기가 막히게 운동이 잘 안 됐고 푹 잔 날은 힘든 줄도 몰랐다. 다음 날 찾아오는 근육통은 “아, 이쪽 신경이 살아났구나”하는 정도의 기쁨으로 근육통이 없는 날은 이제 이쪽 근육은 완전히 안정되었구나, 라는 깨달음으로 자리 잡았다. 내가 하는 행동에 거짓 없이 보답하는 운동. 이래서 사람들이 여기에 미치는구나, 싶었다.
그렇게 어느 날 도저히 들 수 없을 것 같았던 바벨을 들 수 있게 되고 쓸 수 있는 머신이 많아지고 여전히 잘은 못하지만 그래도 뭐든 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게 위로가 된다. 노력한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닌 세상에서, 계속 하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는 것. 그게 좋아 헬스장으로 향한다. 물론 일이 너무 바쁘거나 체력이 너무 달리면 몇 번 빠진다. 이번 주도 3번 밖에 가지 못했다.
그럼에도 괜찮다. 다음 주에 가면 되니까. 영 피곤한 날은 가기 싫어 침대에서 몸부림 치는 날도 있지만 일상에서 완전히 탈출할 수 있는 시간은 오직 그 시간뿐이기에 나는, 계속 헬스장으로 가서 가장 가벼운 원판을 꽂고 바벨을 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