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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지한 샤인 May 02. 2024

인스타 팔이피플 입성?



인스타그램 메시지에 숫자 3이 있어 클릭했더니 책협찬 관련 건 2개와 익숙하지 않은 메시지 1개가 와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주)ㅇㅇㅇㅇ 대표 김 ㅇㅇ이라고 합니다. 저희 제품과 브랜드를 홍보하려고 인스타를 검색 중 샤인 님의 필사 모임 회원분들과 필사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저렴하게 공구행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저희 제품은...(제품사진 나열)



공구라... 북스타그램 하면서 항상 궁금하긴 했다. 그동안 몇 건 들어오긴 했었는데 내 계정과 전혀 관련 없는 미용제품이나 식품들이 들어와서 답장해 본 적이 없었다. 근데 볼펜이라면 책계정과 결이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답장을 했다.


안녕하세요, (주)ㅇㅇㅇㅇ김대표님. 반갑습니다. 좋은 제안 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공구조건을 자세히 알 수 있을까요?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샤인드림.



공구에 대한 자세한 답장을 받았고 제품을 우선 써봐야 했다. 혹시 상품을 써봤는데 마음에 안들 수 있어서 협찬받지 않고 구매해서 주말 동안 꼼꼼히 써봤다. 볼펜을 써보고 첫 느낌은...'오랫동안 필사 했을 때 피로도가 적고 디자인도 감각 있네. 그렇다고 우와~할 정도까진 아닌데...' 내가 팔려고 하니 기준이 높은 것도 있지만 솔직한 마음은 그랬다. 이 마음은 리뷰할 때 담기도 했다.



확실한 콘셉트와 장점이 있는 제품이 있긴 한데  '과연 이걸 사람들이 살까?' 공구라 낱개로 파는 것도 아니고 업체에서는 한 다스 단위로 판매하는 걸 원했기 때문에 부담되는 마음도 있었다. 또, 이제 인스타그램으로 뭐 팔려고 하는 장사꾼으로 보는 건 아닐까? 돈은 좋지만 속물처럼은 보이고 싶지 않단 모순적인 마음덕에 잡생각이 더 많아졌다. 주말에 이렇게 저렇게 고민하는 내 모습을 보고 남편이 볼펜을 끄적여 보더니



남편: "좋은데? 한번 해봐~"

나: "정말? 괜찮은 것 같아?"



우리 남편은 꽤나 비판적인 편이라서 웬만해선 좋다는 말은 잘 안 하는 사람이다. 그 말을 들은 첫째 아들도 거들었다."엄마, 해봐~" 아마 내가 너무 머리 싸매고 있으니 격려차원에서 한 마디씩 해준 듯하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이해 정도와 인식의 한계 내에서만 세상을 바라볼 뿐이다.
by. 쇼펜하우어



나는 그동안 너무 내 한계를 제한 짓고 안정적인 것만 중요시하며 살았다. 망하기도 싫고 욕먹기도 싫었던 것이다. 이제 꿈틀꿈틀 조금씩 움직여 내 시야를 넓히고 싶었다.  "그래, 해보자!" 해본 거랑 안 해본 건 다를 거야. 3개 팔리든 5개 팔리든 공구라는 거 항상 궁금해했었던 부분이잖아?? 성장을 선택했다.




업체에 공구제안 받아들인다는 답장을 보내고 관련해서 나름 내 의견을 반영해 공구제품, 수수료, 배송료, 날짜 등을 세팅했다. 마음처럼은 안 됐다. 제품을 어떻게 솔직하면서도 매력적으로 홍보할지 내가 소비자 입장에서 고민해 보고 이리저리 게시물을 만들었다. 나는 며칠간 기획 자면서, 마케터면서, 영업사원으로 빙의했다. 어느 한 회사에 제품을 소개하는데 대충 할 순 없었다. 우리 집 아기 매트 위에 볼펜들을 가지런히 정렬해 놓고 몇 시간 동안 여러 각도로 제품사진을 찍고 동영상도 찍었다. 예쁜 카페에 가서 햇빛이 촤르르 들어오는 테이블에서 빨리 한입 먹고 싶은 케이크와도 촬영을 했다. 몇백 장 찍어서 내 핸드폰화면에 사진이 가득했다.





공구준비를 하려니 다른 걸 집중하지 못해 책도 많이 못 읽고, 글쓰기도 거의 못했다. 공구가 시작되기 전 여러 가지 우여곡절도 있었다. 갑자기 업체사정으로 공구날짜를 변경해야 했고 그 외에 모든 배송 관련 문의도 모두 내 계정에서 공지하고 부담을 가져가는 느낌이라 멘탈이 너덜너덜 흔들렸지만 그건 어찌 보면 당연한 거였다. 내가 처음이라 마음의 준비가 안 됐을 뿐. 공구가 끝나고도 일주일은 디엠으로 계속 제품, 배송 관련 CS를 받았지만 업체와 최선을 다해 협업해 해결해 나갔다. 대표님과도 몇 번 통화할 일이 있었는데 목소리만 들어도 너무 성실하시고 좋은 분이라는 게 느껴졌다. 내가 홍보하면서 사용했던 사진들과 제품 소개들도 물건을 사고 싶게 너무 잘 써주셨다며 직원들에게도 참고하라고 알려주셨다고 했다. 입에 발린 소리라도 듣기가 좋고 뿌듯했다.




결과적으로 첫 공구치곤 반응이 좋았다. 공구가 끝난 후 누군가 내 머리를 헝크러트리곤 잘했어!라고 토닥토닥해 주는 느낌이었다. 대표님도 다시 한번 감사함을 표시하면서 덤으로 내 미래진로까지 점쳐주셨다. 힘들었지만 해내었다는 성취감. 하면 또 내가 하니깐! 하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동안 북스타그램을 하고 독서를 하며 수없이도 속으로 되뇌었던 메시지. 너무 걱정고민하지 말고 실행하라. 겁 많고 생각 많은 인풋중독자인 내가 만들어 낸 아웃풋. 독서의 그 거대한 힘을 다시 한번 느꼈다. 또 다음은 어떤 도전을 해볼까? 내가 자주 해오던 '나는 잘 못할 거야.'라는 힘 빠지는 되뇌임은 잠깐 한쪽에 잘 개서 넣어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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