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철이 든, 꿈꾸는 영화쟁이!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글.

by 황마담


박재동 화백님이 그려주신 캐리커쳐이다.




어느새, 내 나이가 반 백년을 훌쩍 넘어섰다.


여중 - 여고 - 여대라는 울타리 속 성장기를 거쳐,

지금껏 거의 30년 가까이 영화계에 몸을 담아오며,

정말 파란만장한 많은 일들을 겪어왔고,


그러는 동안 나름은 충분히 단련되어,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올 정도로,

강하고 독해졌다고 스스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6년 전이었던 2017년 연말.


개인적으로나 일적으로,

또다시 힘든 일들을 폭풍처럼 겪게 되면서,

혼자 조용히 칩거에 들어갔었다.

누구의 연락도 받고 싶지 않았고,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아서,

혼자 두문불출 했던 시간들.


넋놓고 있던 며칠이 지나자,

잡념을 없애기 위해서

무언가 몰두할 일이 필요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옷장과 서랍장, 화장대 등을

다 뒤집어 꺼내서 새로 정리를 했는데,


안 입는 옷들과

각종 악세사리, 가방, 신발, 화장품 등등...

정말 뭐가 그리 많던지, 한참을 버리고 또 버렸다.


그리고는 거의 만장에 달하게 모아두었던,

영화 테잎과 CD들도 아낌없이 버렸다.


이제 왠만한 영화 자료들은 쉽게 구할 수 있고,

데이터로 소장할 수 있으니,

미련을 가질 것도 없었다.


그런데!! 그 속에서...

디지털 카메라 시절에 찍어두었던 사진들과,

예전에 작업했던 영화들의 데이터들을 저장해 둔

CD 들이 나왔다. 정말 반가웠다.


그때부터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던

각종 자료와 사진들을 하나의 외장 하드에 모아

분류하면서 정리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필름으로 찍어서 인화되어 있는 옛 사진들과

데이터 없이 출력만 되어 있는 자료들은

요즘 잘 나와있는 앱으로 스캔까지 떠서 정리했다.


그러다보니,

내 지난 세월들의 역사가 한 눈에 보이면서,

스스로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아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제 탄력을 받았다.


성인이 된 이후로 지금까지...

(대학 보내놨더니 빨갱이가 되어 학생운동을 하고,

졸업 시켜놨더니 딴따라가 되어 영화 일을 하고,

너무나도 반대하는 결혼을 감행 하더니,

또 혼자 멋대로 이혼을 해버리고... ㅠㅠ)


이렇게 늘 부모님이 반대하는 일만 해오면서

엄청나게 속을 썩여드렸는데, 이제는 무언가 -

부모님을 기쁘게 할 수 있는 일이 하고 싶어졌다.


마침 엄마의 생신이라, 오랜만에 집에 간 김에,

먼지가 쌓여있는 옛날 앨범들을 전부 꺼내보면서,

한장씩.. 일일이 스캔을 떠서 정리를 했다.


그 속엔 아버지의 백일사진부터,

우리 가족의 모든 역사가 담겨 있었다.


나는 모든 옛 사진들을 연도 별로 정리해서

웹 사이트를 통해 가족들과 공유했는데,

무엇보다 부모님이 기뻐하셔서 참 좋았다.


그러면서 또 생각했다.


영화를 만드는 직업 상, 늘 남의 이야기를

상상하며 시나리오 작업을 해왔는데,


이제는 우리 가족의 역사와 나의 개인사,

그리고 나의 경험에 담긴 소소한 이야기들을

정리해서 써내려가 보고 싶다고.

기록으로 남겨보고 싶다고.


마침 그 때, 친구를 통해

블록체인 기반의 sns를 알게 되면서,

거기에 나의 기록들을 남기기도 했었는데-


https://steemit.com/@hwangmadam


여기에 썼던 글들과 앞으로 쓰게 될 글들을

브런치에 이어서, 다시 써보겠다고 결심했다.

어쩌면 이 모든 기록과 글들을 연로하신

부모님이 보시기는 어려울 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내가 쓰는 모든 글은 부모님에 대한 연서다.


뒤늦게, 내 모든 사랑과 존경을...

나의 멋진 부모님께 바치고 싶다~ ♥




만화가 박재동 화백님이 그려주신, 내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