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버지와 부산의 인연

by 황마담
아버지의 군복무 시절 사진이다.




우리 아버지의 고향은 일본 미야자키.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살아온 곳은 경북 경산.


그리고 대학에 진학한 후,

청년기를 보낸 곳은 서울이었다.


그런 아버지가 전혀 연고가 없었던

부산을 제 2의 고향으로 여기면서,

지금껏 정착하게 된 계기가 있었으니..


그 첫 번째 계기는,

성인으로서 첫 사회 생활이라 할 수 있었던

군 생활을 부산에서 하셨기 때문이었다.


말로는 운이 좋았다고 하지만,

실상은 엄청난 노력의 댓가였을 것이 분명한 -


PX 근무를 하면서, 몰래 빼돌린 물건들을

팔아서 생활비를 벌었다고 했는데..


(확실한 범법 행위지만, 벌써 60년 전의 일이니

공소시효를 감안해서 너그러이 이해해주시랍!^^;;)


이 때, 돈독하게 맺어졌던 커넥션(?!)과

꽤나 짭짤했던 수입이 "부산 = 성공" 이라는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던 것 같다.


그래선지,

부산이 고향인 엄마를 만나 결혼을 하셨고..


교사 생활을 하는 동안,

주경야독으로 배웠던 식자 / 인쇄 쪽 일로

사업을 하겠다고 결심했을 때.


그 시작을 부산에서 하겠다는 결단도

선뜻 내릴 수 있었던 것 같다.


당시에, 아버지는 이런 생각을 하셨더란다.


제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서울에서 이미 잘 나가고 있는 동아출판사나

금성출판사 등을 절대 이길 자신이 없더라고.


그래서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보다,

제 2의 수도인 부산을 터전으로 삼아..

한강 이남을 다 먹어보고 싶었다고.

실로 야심만만하고,

대찬 포부를 지녔었다고 하겠는데-


그랬던 30대의 아버지는 결국,

꿈을 현실로 일구어내셨다.


아주 크진 않지만, 지금껏 탄탄하게-

출판, 인쇄업을 계속 하고 계시니 말이다.


진정한 자수성가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우리 아버지.

온 맘을 다해... 뜨겁게 박수를 쳐드리고 싶다.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아버지~ ♥



keyword
이전 02화아빠의 청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