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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장례식

by 황마담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장례식 때의 사진이다.

할머니의 무덤 앞에서.. 엄마와 남동생의 모습이다.


간밤에, 꿈을 꾸었다.


할머니가 나를 두고,

자꾸 어디론가 가시려는 거다.


떼를 쓰면서 따라가려는 나를 애써 뿌리치며..

혼자 뚜벅뚜벅- 걸어가던 할머니가,


뒤돌아 나를 보며, 환하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고..

그리곤 이내, 다시 걸음을 재촉하셨다.


할머니의 뒷모습을 보면서, 혼자 남겨진 나는..

너무 무서워서.. 울다가 잠에서 깼다.


얼마나 지났을까… 따르릉-


아침을 가르며 요란하게 전화가 울렸고..

할머니의 부음을 들었다.




할머니는, 전날 밤까지도 멀쩡하게-


같이 살았던 작은 아버지의 가족들과

맛있게 저녁 식사도 하시고,

재밌게 TV도 보시고, 잠자리에 드셨다는데..


아침에 출근하려던 작은 아버지가,

평소와는 다르게- 기척이 없는 할머니가 이상해서..

방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숨이 멎어 있었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 할머니는..

당신의 성격만큼이나 깔끔하게-

주무시다가, 조용히 잠든 것처럼 돌아가셨다.




할머니의 장례식은,

나에게.. 크게 두 가지의 일로 기억된다.


하나는,

할머니가 독실한 카톨릭 신자였기에-

(세례명이 '마리아' 이셨다.)


성당에서 장례 미사를 드렸는데..

난생 처음 보는, 그 풍경이.. 어린 내 눈에..

너무나 엄숙하고, 경건하면서도, 근사해보였다.


성당 안에 장엄하게 울려 퍼지던,

파이프 오르간 소리도 아름다울만큼 듣기 좋았고-


그래서, 나중에 내가 죽었을 때도-

꼭! 이렇게 장례 미사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을 강렬하게 했더랬다.




또 하나는,

할머니를 카톨릭 공동묘지에 묻고 돌아와서..


친척들이 모두 큰집에 모였는데,

거기서 대판!! 싸움이 벌어졌고..


평생에, 우리 아버지가..

그렇게까지 화를 내는 모습은 처음 봤다;;;


(정말 말 그대로,

할머니 무덤에 흙도 채 마르기 전에..

이 무슨 날벼락 같은 일인가.. ㅠㅠ)


이유인즉슨, 할머니가 돌아가신 직후에-


끼고 계시던 가락지며,

아버지가 선물한 목걸이며,

할머니의 패물들이 전부 다 없어졌는데..


알고보니, 가져간 사람이.. ‘큰엄마' 였던 거다.

그래서, 화가 난 우리 아버지가 큰 엄마에게..


그걸 왜 가져갔냐고..
대체 언제 가져갔냐고..
장례 치르는 상황에서,
그걸 챙길 정신이 있더냐고..
좋게 말할 때, 할머니를 모시고 살았던-
작은 집에 모두 그냥 돌려주라고..


하지만, 큰엄마는 맏며느리의 권리

운운하며- 절대 못 내놓겠다고 버텼고..


그렇게 점점- 서로 언성이 높아지더니..


큰엄마에게 한맺힌 일이 정말로 많았던,

작은 아버지와 작은 엄마까지 가세하여-


과거의 묵은 이야기들과 쌓여왔던 감정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와 폭발하면서..

아주 큰 싸움으로 번져버렸던 것이다.


(정말 쥐꼬리만한 유산을 놓고도 이럴지니..

에효;;;; 참담하기 그지없다. ㅠㅠ)


결국, 그날은..


큰엄마가 작은 집에 패물들을 양보하지 않으면-
두 번 다시 큰집에 오지 않고, 얼굴도 보지 않겠다.


아버지의 엄포로 끝이 났고-

그 길로, 우리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버렸는데..


이후에, 어떻게 마무리가 되었는지-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예상컨데, 큰엄마의 성격 상-

절대로 다 주지는 않았을 것 같고,

일부만 돌려주는 선에서 타협을 했을 것 같다.




인과응보.


요즘은 죄와 벌의 회전도 빨라서-

욕심쟁이 큰엄마는, 나중에..

당신의 며느리에게 그대로 돌려 받게 되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그날부터, 나는 굳게 결심했던 것 같다.

적어도 나는! 유산 따위에 욕심내지 않겠다고!!


우리 가족은, 우리 형제들은.. 절대!!

그날과 같은 싸움은 하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다시금.. 그 결심을 가슴에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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