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의 나는,
아버지를 무척이나 미워했다.
매일 매일 너무 바빠서,
얼굴도 잘 볼 수 없었을 뿐더러..
쉬는 날에는, 하루종일 잠만 자고..
우리와 잘 놀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말로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데다가-
무뚝뚝하기만 한.. 전형적인 경상도 싸나이.
왜 그런 우스개 소리도 있지 않은가.
경상도 남자가 집에 오면, 딱 세 마디를 하는데-
“애들은?”, “밥 줘!”, “자자!!” 라고..
우리 아버지가 딱! 그랬다.
그러니, 어린 내 눈에는..
그런 아버지가 결코! 좋아보일 리가 없었다.
왜 엄마는 아빠 같은 사람과 결혼했어?
난 절대로,
아빠 같은 사람과는 결혼하지 않을 거야!!
오죽하면, 내가 그랬을까...;;;;
그런데, 이제와 돌아보니-
너무나도 철이 없었던 나의 어리석음에..
참으로 부끄럽고 죄송하다. ㅠㅠ
이때의 아버지는,
지금의 나보다 훨씬 어렸음에도..
도와주는 일가친척 하나 없이,
부양해야 하는 처자식이 무려 다섯.
그 책임감에, 밤낮없이 무식하게 일만 했고..
그러다보니 기진맥진.
한 달에 겨우 한 두 번 쉬는 휴일에-
내리 잠만 자도, 잠이 부족했을텐데..
그땐 그런 걸, 도저히 알지 못했고..
전혀 이해할 수도 없었던 것 같다.
우리 아버지는 평생동안-
오직 "사무실과 집" 밖에 몰랐다.
옷도.. 계절별로 단벌 신사.
완전히 해어져서 버릴 때까지-
옷 한 벌을 거의 유니폼처럼 입고 다니셨다.
또, 내가 아주 어릴 때는 가끔- 아버지가
술, 담배를 하시는 모습을 봤던 것 같은데..
그것도 내가 국민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완전 딱! 다 끊어버리셨고-
(무슨 이유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후로, 지금까지..
술과 담배는 전혀! 입에도 대지 않으셨다.
도대체 무슨 삶의 낙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일만 하는 단조로운 삶.
아버지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 바라보면, 너무나도 가여운데..
이제는, 그런 아버지의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그리고 우리 가족들이 있을 수
있었음을 알기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아버지! 정말로 감사하고.. 사랑하고..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