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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르데 Sep 22. 2024

부동산 풍수를 믿으시나요?

믿거나 말거나

한국에서 회사일로 리테일 공간을 포함한 건축물을 지을 때의 일이다.


외국계 회사의 한국 지사 프로젝 팀장이었던 그때 당시, 아시아 헤드쿼터의 홍콩인 대표님은 엄청난 풍수 신봉자이셨다.


기존에 있던 오래된 건물을 허물고 땅을 파서 지하에 주차 및 창고 공간과 지상의 리테일 공간 및 사무실을 올리고 옥상의 조경 작업까지 하는 나름 큰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는데, 건축 도면이 어느 정도 진행되어 가는 중에 홍콩 아시아 대표님께서 대만에 계시는 유명한 풍수 전문가이신 Wang 선생을 불러 풍수를 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회사 비용으로 비즈니스 클래스 비행기 티켓 및 5성급 호텔 2박 숙박권 그 외 상당한 풍수 컨설팅 비용을 드리고 왕선생님을 모셔왔다.


건축물이 어느 정도 기반을 잡아가고 있는 시점이었는데, 서울 지도를 딱 펼치고 예전 홍콩 영화- ‘강시, 영환도사 시리즈’: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알리라.) 에서나 보던 도사들이 쓰는 음양 지도를 돌리시는 게 아닌가?!


한강의 물줄기와 건축물 주변의 지형을 보고, 건물을 둘러보더니 일단 흐르는 물이 있어야 한다며, 건물 주변에 물이 24시간 흐를 수 있는 작은 fountain을 만들라고 위치를 정해주셨다.


리테일 공간이 생길 1층 입구에도 만들라고 했으나 여의치 않으니, 기둥 주변으로 바닥을 깔기 전에 물이 가득 담긴 새 페트병을 잔뜩 넣으라고 했고, 계산을 할 POS 위치와 출입구, 창고 위치, 계단 위치 등에 대한 전반적인 어드바이스를 해주었다.


우리 건물 주변으로 다른 리테일 건축물이 많았는데 돈이 흘러서 우리 건물이 있는 사거리 방향으로 흘러 쌓이는 곳이라며 위치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시간이 흘러 중국과 홍콩에서 일을 하며 여러 빌딩을 다녀보니 건물마다 흐르는 물이 시공된 곳이 많았다.


풍수에서 물은 곧 돈을 뜻한다고 한다. 돈이 잘 돌아야 하는 곳일수록 분수던, 벽에서 흐르는 물이던 아주 크게 설치가 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어느 공간이던 생동감을 주는 움직임이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물뿐만 아니라 키네틱 아트라던가, 잔잔한 음악이던 좋은 향의 흐름이 있는 공간은 들어갈 때 항상 기분 좋은 설렘을 준다.


그 외에도 풍수를 신경 쓴 건물들을 보다 보면 오행의 조화를 무척 중요하게 생각해 오행의 5가지 물질을 건물 외부에서 내부로 여기저기 사용하는 것을 자주 본다.


나무(인테리어 마감재로 많이 사용), 금(메탈), 물(분수로 대체), 불(조명으로 대신) 등의 조화가 적절하게 되어 있는 곳을 갈 때면 풍수 컨설팅을 받았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홍콩에서 여기저기 살며, 새로 이사 갈 곳을 찾다 보면 풍수전문가가 여러 프라퍼티의 풍수를 리뷰한 유튜브들도 종종 보이곤 한다.


일반적인 회사던 집이던 풍수를 떼어 놓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아 신기할 따름이다. 새로 오피스 이사를 할 때면 어느 자리가 제일 좋은 자리일지, 풍수적으로 생각하고 접근하는 걸 본다.


왕선생님 얘기로 돌아와, 건축물의 풍수를 봐주시던 선생님이 시간이 남아 내게 무료로 사주를 봐주신다고 했다.


생년월일을 드리니, 세 가지를 말씀 주셨는데,


- 내 남편은 외국인이다. : 하지만 실상은 100% 토종 한국인 임.


- 돌아오는 해에 둘째로 아들을 낳는다 : 결과는 일하느라 바빠 자녀는 하나로 끝.


- 올해 중요한 일을 마치고 내년에 승진한다.


하아… 나는 아쉽게도 그다음 해에 승진하지 못했다…


그분이 사주 전문가가 아니었던 것만은 확실하다. 그래서 우리 회사 비즈니스는 좋았냐고? ㅎㅎㅎ 그건 영업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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