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정말 괜찮은 사람

『요즘 사는 맛』, 김혼비 등

by 이우주

지금 딱, 먹고 싶은 음식은?

두 말 할 것 없이 이거! 하는 음식이 떠오르시나요? 아니면 이것도 사랑하고 저것도 사랑해서 조금 곤란하신가요?


『요즘 사는 맛』은 배달 앱 '배달의민족'에서 발행한 뉴스레터를 모은 음식 에세이입니다. 김겨울, 김혼비, 박서련, 요조, 천선란, 박정민 같은 이름들이 반가워 읽어보았는데 김현민 영화감독, 에디터 그룹 '디에디트', 손현 작가, 임진아 삽화가, 최민석 소설가, 뮤지션 핫펠트의 글들이 모두 좋아 재밌게 읽었습니다. 다들 어쩜 이렇게 맛있게들 글을 쓰시는지.


타고 나길 음식으로 별 감흥을 얻지 못하는 사람인지라 책을 읽으며 침을 흘린다거나, 마트로 달려가 치즈를 한 아름 사온다거나, 배민을 열어(열 앱도 안 깔려 있어요 사실) 이 음식 저 음식을 주문하는 일은 없었습니다만 이상하게 잠시 머물게 되는 구절들이 있었습니다. "살수록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어……."도 그런 문장 중 하나였습니다. 임진아 삽화가는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면 이 질문이 앞을 가로막는다면서 독자에게도 그런지 묻습니다. 만약 그러하다면 '나는 이렇다' 하고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자신의 모습을 하나씩 떠올려보자고 합니다.


음식으로 말할 수 있는 확실한 나라면…, '그렇지만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입니다. 저는 맛있는 걸 먹는 것이 뭐 그렇게 기쁜 일인가 싶은 사람입니다. 남들 다 황홀해 한다는 맛에도, 좋아하는 음식을 떠올리고 찾고 먹는 일련의 과정에도 저의 도파민은 없습니다. 새로운 걸 맛보는 즐거움을 모르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계속해 '뉴' 맛을 개발하는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서도 25년 째 똑같은 아이스크림을 고릅니다. 식당도 가던 곳엘 가서 먹던 것을 먹고요, 커피도 맥주도 좋아하는 것만 마십니다.


아무 문제 없는데, 맛있는 음식 먹는 걸 좋아하고 여러 메뉴 맛보는 걸 신나하는 사람들에겐 이런 제가 영 답답한가 봅니다. 무슨 재미로 사냐, 맛있는 거 먹는 게 스트레스 푸는 거다, 인생의 큰 낙을 놓치고 사는 거다, 네가 진짜 맛있는 걸 못 먹어봐서 그런 거다… 말들이 많습니다. 글쎄요. 뭐, 정말 그런 걸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정말 괜찮습니다. 무얼 먹을지 고민하지 않고, 맛있는 걸 먹으러 멀리 간다거나 긴 줄을 서는 일도 없고, 당연히 먹는 것에 쓰는 돈도 적습니다. 그 시간과 돈으로 제가 좋아하거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다른 것을 합니다. 간편하고 간단하고 또, 좀 멋지지 않은가요?


이번주 토요일에도 언제나처럼 재밌는 책을 읽으며 20년 째 마시고 있는 코젤 흑맥주를 30년 째 좋아하고 있는 꿀꽈배기를 안주로 마실 겁니다. 굿 퍼슨이기까지 했다면 더 멋졌겠지만 누가 뭐래도 저의 먹는 생활이 '정말 괜찮은 사람'이니 상관없습니다. 저는 제가 괜찮고,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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