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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에서 인류까지 41 지구 형성 ②-②

지구 > 지구의 탄생 > 윤곽 갖추기 - 지구 형성 ②-②

by 할리데이

오늘날 지구과학자들은 지구를 4개 권역으로 나눈다. 지권(地圈), 기권(氣圈), 수권(水圈), 생물권(生物圈)이 그것이다. 지권은 땅으로 이루어진 부분을 말한다. 좁은 의미로는 지각으로 이루어진 부분을 말하기도 한다. 기권은 대기로 이루어진 부분을 가리키며, 수권은 바다, 빙하, 호수, 강 등으로 이루어진 물의 영역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생물권은 지권과 수권 때로는 기권의 영역에서 생명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생물체의 활동 영역을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는 좀 전 원시 지구의 마그마바다가 식으면서 지각이 생성되던 과정을 간략히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지구의 4개 권역 중 지권을 제외한 기권과 수권, 그리고 생명권은 어떤 과정을 거치며 생성되었을까?

먼저 기권이 생성된 과정이다. 원시행성계 원반에서 지구가 최초로 생성될 당시의 대기는 태양계 내의 성운을 떠돌다가 지구에 포획된 가스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주로 수소, 헬륨, 메탄, 암모니아 등으로 이루어져 있던 이 최초의 대기는, 태양으로부터 불어오는 태양풍과 다른 천체와의 충돌에 따른 충격파 등의 영향으로 태양계의 소행성대와 동결선 바깥으로 일찍이 밀려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것들을 1차 대기라고 하는데, 이렇게 사라져 버린 1차 대기의 빈자리를 2차 대기가 대신하게 된다. 2차 대기는 지구 내부에 함유되어 있던 기체가 지표로 방출된 것으로 주로 수증기, 이산화탄소, 질소, 염소, 황 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2차 대기가 지구의 원시 대기가 되었다. 특히 마그마바다에서 분출된 수증기는 기권의 83퍼센트 정도를 차지하며, 훗날 수권의 자양분이 되기도 했다.


주로 수증기로 구성된 기권이 형성되자 뒤이어 수권도 형성의 과정을 밟게 된다. 당초 마그마바다에서 막 분출된 수증기는 매우 뜨거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지구가 점차 식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수증기는 응결 즉 빗방울로 맺히기 시작했고, 지구 표면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물에 의해 냉각된 지각은 더욱 더 많은 수증기를 응결시켰으며 한동안 많은 비를 내리게 했다. 그리고 빗물들이 모여 결국 바다를 형성하게 된다. 수권의 모태가 형성된 것이다. 44억 년 전쯤 이렇게 수권이 형성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지구가 탄생하고 나서 지권과 기권과 수권이 생성되던 과정을 간략히 살펴보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것들은 추측과 시뮬레이션에 기반한 것에 불과하다. 가령 우주와, 별과 은하와, 태양계 탄생의 경우 그것들의 탄생과 생성에 관해 연구할 수 있는 많은 자료들이 있다. 서로 중력으로 묶여 있는 수많은 천체들과 그것들의 상호작용 등이 그것이다. 또한 행성으로서의 지구에 관한 연구는 그런 자료들을 바탕으로, 다시 말해 풍부한 물증을 바탕으로 지구 생성 초기의 사건을 상당 부분 재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반해 지구가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는 형성 과정에 대해서는 추측을 기반으로 가설을 정립할 수 밖에 없다. 지각의 활발한 활동으로 인해, 지구 탄생 초기에 생성되었던 광물과 암석이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지구의 첫 6억 년 동안의 시대인 명왕누대(冥王累代, Hadean Eon)*의 경우 물증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당시의 상황에 대한 연구는 추측에 기반할 수 밖에 없다. 단지, 각종 실험과 이론적 계산 그리고 컴퓨터와 프로그램을 활용한 고도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사실에 가깝게 유추해 볼 따름이다.

생물권의 형성에 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생명이 어떻게 탄생했는가, 그리고 과연 최초의 생물은 언제 출현했는가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그리고 이제껏 정리된 가설이나 이론조차도 과학계 내부는 물론 종교계와도 많은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책의 3장 <생명> 편에서 생명과 관련된 주제를 별도로 다루겠지만 여기서는 이제껏 발견되거나 밝혀진 사실을 토대로 생물권의 형성 연대표만 간략히 살펴볼까 한다.

생명체 출현 연대는 생각보다 훨씬 빨라질 수 있다. 생명체의 흔적을 간직한 지르콘(Zircon)이라는 광물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약 44억 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알려진 광물인 지르콘에서 41억 년쯤 된 것으로 보이는 생명의 흔적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것이 생명체의 흔적이라는 게 사실이고 연대 측정이 정확한 것이라면, 지구가 탄생한 지 불과 5억 년 만에 지구상에 생명체가 나타난 것이 된다. 물론 이것은 현재 논란의 중심에 있기는 하지만 여하튼 생명체 출현의 시기가 생각보다 빨랐을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38억 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생물체의 화석이 발견되기도 했다. 세균류이던 이 생물은 시생누대(始生累代, Archean)* 기간 동안 번성했던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그리고 그 무렵까지는 산소를 방출하지 않는 황세균류의 생명체들이 주를 이루었지만, 24억 년 전쯤에 이르러 산소를 방출하며 광합성을 하는 생명체가 본격적으로 출현하기 시작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는 그 무렵 대기와 바다에 산소량이 급격히 늘어난 이른바 ‘산소급증사건(Great Oxidation Event)’*과 일맥상통한다. 이렇게 진핵생물이 생겨난 이 시기를 고원생대(古原生代, Paleoproterozoic)라고 부른다. 이렇게 생겨나고 체계화한 생명체는 더욱 고도화된 진화의 길을 걸으며, 수많은 생물종으로 번성하게 된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보고된 생물의 종수는 200만 종이 넘으며, 미보고된 종을 합치면 적게는 1,000만 종에서 많게는 1억 종을 넘어설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렇게 진화의 과정을 거친 생명체들은 지구의 제4권역인 생물권을 당당히 형성하고 있다.

[*약 24~22억 년 전 무렵 산소가 급격히 늘어난 사건, 그 전까지는 대기 중의 산소 농도가 0.001% 정도에 불과했지만 이 (1차)산소급증사건을 겪으며 산소 농도가 현재 산소 농도의 1% 정도까지 급격하게 증가하게 되었다. 광합성을 하는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가 번성했기 때문이라는 가설도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 사건으로 혐기성(산소를 싫어나는 성질)이던 대부분의 고세균류와 세균류들이 멸종의 길을 걷게 되었지만, 한편으로 진핵생물이 탄생하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원시행성계 원반으로부터 생성된 지구는, 여전히 지금과는 다른 모습을 띠고 있었지만, 여러 과정들을 거치며 처음의 불덩어리 지구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안정된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 그 지구는 시간이 흐를수록 본격적인 변신의 길을 걷는다. 수많은 지질시대를 거치며 지구의 성상(性狀, 성질과 상태)은 점점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활발한 지각 활동을 통해 지구의 외관도 점차 지금과 같은 모습을 띠게 되었다. 이어지는 <지구의 구조> 편에서 지구의 내부 구조 등을 마저 살펴본 후, 장을 달리해서 지구의 화려했던 지질시대와 생명체처럼 펼쳐지던 지각 활동에 대해서 알아보자.



<윤곽 갖추기 - 지구 형성 끝. 지구의 구조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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