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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한리 Chae Hanlee Feb 17. 2024

지나간 청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읽기 43

지나간 청춘



" 오오! 그대 내 청춘의 그림자여!  환영(幻影)이여!   오오! 그대들 모든 사랑의 눈매여! 성스러운 순간이여!  왜 일찍 죽었던가!  나는 오늘 가버린 사람들을 그리워하듯 그대들을 그려마지 않는다. " (1)


지나간 청춘은 아쉽다. 육신이 회춘 (回春)한다고 해도 청춘은 절대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청춘이 돌아오지 않는데, 육신이 회춘한다는 것은 징그러운 일이다.) 청춘은 너무 일찍 사그라져 버린 것만 같다. 나의 청춘만이 아니라 친구들의 청춘마저 너무 일찍 사그라져 버린 것만 같다.


그러나 놀랍게도 청춘은 죽지 않는다.  먼 시간 저 너머로부터 청춘이 돌려주는 부가가치로 우리의 고독한 만년(晩年)이 그저 앙상하지만은 않다.  짜라투스트라는 말한다: 


" 지금도 아직 나는 풍족하고 부러워할만하리라 —  나, 이 고독한 자조차도! 왜냐하면 나 일찍이 그대들을 가졌으며 그대들도 아직 나를 가졌으므로 --말하라! 나를 두고 이같이도 장밋빛 능금의 가지에서 떨어진 사람이 있는가를!  " (2)


지나간 청춘의 추억들을 니체는 ‘이제는 멀고 상냥한 기적(奇蹟)들’ (3)이라고 부른다.   시간의 긴 회로를 끈질기게 따라 돌며、 그 싱그런 추억들이 늙은 나에게 지금도 다정하게 굴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를 묻지 마세요"라는 속된 말을 곧이곧대로 따르면 이러한 인식의 기쁨을 누릴 수 없다.


(1)   니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p. 127

(2)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p. 127

(3)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p.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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