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 대한 생각
어제 저녁에 9시쯤 잠들었나?
아침에 눈을 떠보니 10시쯤 되어 있었다.
엥? 시계가 반 바퀴 이상 돌았네.
25살의 나는 마음에 안 드는 눈치였다.
40대니 일어나서 운동도 하고, 장편 쓰는 거 있으니까 장편도 쓰고
아니면 최소한 밖에 나가서 친구라도 만나라고.
불만이 많았다.
나도 나름대로 할 말이 있었다.
운동은 했다. 어제도 7천보 이상 걸었고(7천보 이상 걸어야 은행앱에서 7원을 준다, 가끔 치사하게 5원만 줄때도 있지만)
5리터 짜리 물통에 물을 채워서 근력을 강화했다.
이것도 꽤 힘들다.
장편은 썼다. 몇 줄 안썼지만
쓰는 게 중요하지 뭐 분량이 대수냐.
밖에 나가서 친구는 안 만나고
그냥 걸어다녔다. 밖에는 나갔다는 말이다.
굳이 약속 잡고 기다리고
맛집 가서 기다리고 카페가서 옆 테이블 눈치보고 이제 점원 눈치까지 봐야하고
이제 별로 즐겁지 않다.
특히 맛집도 싫고 웨이팅은 질색이다.
영포티 취급은 더 싫다.
나는 영, 하고 싶지 않고 외모도 노안이라 올드포티다.
역시 65살의 나는 나를 이해해주었다.
"잠은 치트키야. 반칙에 가깝지. 만병통치약이야. 내니냅? 들어봤니? 할머니 잠 테크닉이라고. 틈만 나면 자는 거지. 버스고 의자고 공원이고 카페고 그냥 남들 시선 따윈 무시하고 머리만 댈 수 있으면 바로 자는 거지."
"건강에는 잠이 보약이란다. 인간은 말이야. 잠을 안 잤으면 벌써 뒤졌어."
"빙하기 알지? 다 뒤졌는데 겨울잠 자는 동물들은 거의 다 살아남았잖아."
"공룡봤지? 그 새끼들 덩치 커서 숨어서 잘 데가 없으니까 다 뒤졌잖아. 최상위 포식잔데."
뭐 몇가지 팩트에는 동의하지 못하겠지만 오늘은 65살의 내가 다 옳은 것 같다.
하루종일 컨디션이 좋고 의욕도 넘치고 무엇보다 회의감, 의심 이런게 안 든다.
이런 기분으로 잠이나 좀 더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