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살의 나, 25살의 나와 같이 살기 #3

잠에 대한 생각

by 한성규

어제 저녁에 9시쯤 잠들었나?

아침에 눈을 떠보니 10시쯤 되어 있었다.


엥? 시계가 반 바퀴 이상 돌았네.


25살의 나는 마음에 안 드는 눈치였다.

40대니 일어나서 운동도 하고, 장편 쓰는 거 있으니까 장편도 쓰고

아니면 최소한 밖에 나가서 친구라도 만나라고.

불만이 많았다.


나도 나름대로 할 말이 있었다.

운동은 했다. 어제도 7천보 이상 걸었고(7천보 이상 걸어야 은행앱에서 7원을 준다, 가끔 치사하게 5원만 줄때도 있지만)

5리터 짜리 물통에 물을 채워서 근력을 강화했다.

이것도 꽤 힘들다.


장편은 썼다. 몇 줄 안썼지만

쓰는 게 중요하지 뭐 분량이 대수냐.


밖에 나가서 친구는 안 만나고

그냥 걸어다녔다. 밖에는 나갔다는 말이다.

굳이 약속 잡고 기다리고

맛집 가서 기다리고 카페가서 옆 테이블 눈치보고 이제 점원 눈치까지 봐야하고

이제 별로 즐겁지 않다.

특히 맛집도 싫고 웨이팅은 질색이다.

영포티 취급은 더 싫다.

나는 영, 하고 싶지 않고 외모도 노안이라 올드포티다.


역시 65살의 나는 나를 이해해주었다.


"잠은 치트키야. 반칙에 가깝지. 만병통치약이야. 내니냅? 들어봤니? 할머니 잠 테크닉이라고. 틈만 나면 자는 거지. 버스고 의자고 공원이고 카페고 그냥 남들 시선 따윈 무시하고 머리만 댈 수 있으면 바로 자는 거지."

"건강에는 잠이 보약이란다. 인간은 말이야. 잠을 안 잤으면 벌써 뒤졌어."

"빙하기 알지? 다 뒤졌는데 겨울잠 자는 동물들은 거의 다 살아남았잖아."

"공룡봤지? 그 새끼들 덩치 커서 숨어서 잘 데가 없으니까 다 뒤졌잖아. 최상위 포식잔데."


뭐 몇가지 팩트에는 동의하지 못하겠지만 오늘은 65살의 내가 다 옳은 것 같다.

하루종일 컨디션이 좋고 의욕도 넘치고 무엇보다 회의감, 의심 이런게 안 든다.


이런 기분으로 잠이나 좀 더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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