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밴프, 겨울 왕국을 느끼다 7

사고수습

by 악필

[원정] 밴프, 겨울 왕국을 느끼다 7


7일차 : 사고수습


아마도 9시나 10시쯤 깨어난 것 같다. 깨어나도 침대에서 누워 다른 멤버들이 식사를 하며 나누는 대화를 듣고 있었다. 오늘의 할 일을 다시 한번 떠올린다.


지난밤까지 내가 운전한 거리를 대략 따져보면 이렇다.

숙소~밴프시내 : 왕복 약 50km(약 40분)

숙소~Jasper : 편도 약 310Km(약 3시간 반) & 지나친 거리 왕복 약 40Km (약 40분)

Jasper ~ 캘거리공항 : 편도 약 430Km(4시간 반)

캘거리공항~부녀 접선장소(Esso) : 편도 약 200Km(약 2시간 반)

Esso~숙소 : 편도 약 230Km (약 2시간 반)

대략 총 1,260Km에 14시간 넘게 운전한 꼴이었다. 주유도 서너 번은 했으니 지프(Jeep)를 정말 알차게도 이용했다.

다행히도 다치거나 아픈 사람은 없었지만 놀란 마음을 다독여야 하는 시간은 좀 필요했다. 거기다 현장에 남은 차량 처리 그리고 대차의 과정이 남아 있었다. 그나저나 수리비는 얼마나 나올까, 보험 처리는 될까.


식사를 하고 나와 미국 시민 두 분이 길을 나섰다. 오늘 하루는 원래 가볍게 캔모어 시내 투어를 하는 일정이어서 예비일과 같았는데, 한 팀은 사고 수습을, 남은 멤버들은 자유시간을 즐기기로 했다. 회복의 시간은 분명 필요했다.


차를 몰고 다시 한번 Jasper 가는 도로를 탔다. 이틀간 자리를 비운 사이 즐기지 못한 우리의 키르기스스탄 형님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사고 수습이기도 했지만 보강 여행 정도 되겠다.

형님은 사전에 렌탈회사와 연락해 한국으로 치면 긴급출동서비스(?)를 요청한 상태였고 차는 견인되게 되어 있었다. 다만 자동차 키를 넣어 두어야 해서 현장 방문이 불가피했다.

즉 우리의 미션은 사고 현장에 가서 키를 넣어 두고 견인해 가는데 문제없도록 해야 했고, 캘거리 공항에 가서 보험 문제 처리와 함께 대차를 받는 과정이 필요했다.


오전에 Jasper 가는 도로를 타니 또 색다른 맛이었다. 빛의 방향이 달라진 것뿐일 텐데 풍경이 사뭇 달라 보였다. 이걸 키르기스스탄 형님과 함께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2시간 반 정도를 가다 보니 도로 옆 눈 두덩이에 박혀 있는 빨간 크라이슬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위치를 보아하니 작은 호수를 돌아 360도는 회전해야 하는 곳이었다. 한 밤에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급회전을 하다 보면 미끄러지기 딱 좋아 보였다.


추정해 보건대, 사고 과정을 재구성해 보면,

Jasper에서 시에나 차량이 먼저 출발하고 크라이슬러 차량이 따라갔다

날은 눈보라가 심하게 치고 바람도 거셌다. 거기에 깜깜한 밤길이었다.

레이서급 실력자가 운전하는 시에나는 미끄럽고 어두운 도로의 급회전을 빠른 속도로 무리 없이 갔으나, 뒤따르던 크라이슬러는 미처 대비를 하지 못하고 미끄러진다.

도로변에 쌓여 있던 눈 무더기에 부딪쳐 다행히 호수로 차가 떨어지지 않았다.

당황한 멤버들은 밖으로 나와 눈을 파내고 차도 밀고 하며 차량 구출에 온 힘을 다한다.

차는 손을 쓰기 어려워 답답함만 가중된 상태에서 마침 지나가는 트럭을 세워 도움을 요청한다. (두 대 정도였던 모양)

차량에 로프를 연결해 끌어 보지만 역시 실패. 이것저것 시도하다 결국 왼쪽 앞바퀴에 회복할 수 없는 손상을 입힌다. 구조 포기.

우선 한 트럭을 타고 2명의 멤버는 통신이 가능한 곳으로 나와 멤버들에게 상황을 공유한다. 이때 다른 차량 멤버들도 비로소 상황을 알게 된다.

먼저 숙소에 도착한 시에나 팀은 구조대를 꾸려 사고 현장으로 향한다.

지프 팀은 캘거리 공항에서 상황을 듣고 먼저 나온 두 부녀를 만나기 위해 지정된 장소로 출발한다.

그 사이 또 다른 트럭이 사고 현장에 나타나 현장의 모든 멤버는 그 트럭을 타고 숙소로 향한다. 이 트럭 기사는 친절하게 모든 멤버를 숙소까지 데려다준다.

그 트럭을 마주해서 지나친 시에나 팀은 사고 현장에 갔다가 결국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다시 숙소로 복귀한다.

두 부녀를 만난 지프 팀은 마지막으로 숙소로 복귀한다.

로 정리될 수 있겠다. 사람이 살면서 사고는 피할 수 없다. 언제든 실수할 수 있고 언제든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한다. 그러려니 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다음을 위해 예방책을 생각해 본다면,

두 대 이상의 차량이 움직일 때는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는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악천후나 밤길 운전은 특히 눈길 운전은 서두르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해야 한다.

캐나다 현지의 특수성일 수도 있겠지만, 쉽게 구조되기 어려운 경우, 차량(키 포함)을 두고 다른 차량의 도움을 받아 신속히 현장을 벗어나 안전한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 무리한 구조는 불필요한 차량 손상을 일으켜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혹 지나는 차량조차 없다면, 침착하게 히터를 틀어 놓고 차 안에서 기다린다. 기름 소모는 매우 미미하다는 것이 자동차 전문가의 조언이다.

정도 되겠다. 이번 사고는 우리에게 많은 많은 교훈을 주며, 그러나 다행히도 인명손상은 없이 마무리되었다.

둘러가며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차량에 키도 넣어 놓았다. 그곳은 Jasper에서 대략 한 시간 거리였고 마침 Jasper 쪽으로 조금만 가면 Icefield를 볼 수 있는 곳이었다. Icefield에 들렀다 가기로 했다. 훨씬 환한 분위기 속에 Icefield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Icefield를 구경하고 사고 현장에 다시 오니 마침 견인 작업을 하고 있었다.

돌아가는 길에 Lake Louise까지 구경했다. 그리고 캘거리 공항으로 직행.

견인작업

공항까지 키르기스스탄 형님이 운전을 해주시는데 나는 꿈도 안 꾸고 잠에 빠져들었다. 어느새 공항.

렌탈샵(Hertz)에서 사고처리를 정리하는데 보험처리에 문제없음이 확인되었다. 애초 보험을 최소한(base model)로 가입했는데 이게 자차 보상을 포함하고 있었던 것. 사실 자차 처리가 되지 않으면 렌탈회사에서도 불편한 게 많으니 겨울의 현지 사정상 합리적 설정으로 보였다. 대차도 원활히.

모든 근심이 사라졌고 사고 수습은 정리되었다.


숙소에 돌아가니 사람들의 표정들이 밝다. 아침에 보이던 근심스러운 얼굴은 사라졌다. 사진과 영상을 보니 숙소에 노래자랑과 연주회까지 있었던 모양이다. 원정대는 활기를 되찾았고 하루간 충분히 힐링과 휴식을 한 듯했다. 진정한 사고 수습이 이뤄진 것이다.


우리의 원정이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구조라면, 어쨌든 위기를 무사히 넘긴 셈이 되었다. 방정맞은 소리겠지만, 어쩌면 심심할 뻔한 원정을 긴장감 넘치게 만들어 준 것도 같다. 그 긴장감을 교훈으로 대체한다면 다음의 원정은 좀 더 안전하게 될 것이다. 우린 또 하나의 값진 경험을 얻었다. (악필, 2025.3.9)

돌아오며 본 Canadian Roc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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