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웹소설 작가의 고통 탈출 일지 14부
또 가야 하네.
퇴원 후 병원에 주기적으로 가야 했다. 병원 가는 날 아침에 눈을 뜨면, 정말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이불속에서 꾸물거리곤 했다. 수술 후 몸이 괜찮은지 확인하기 위해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하지만, 이상하게도 병원에 다녀오고 나면 온몸에 힘이 빠졌다. 마치 가파른 산을 등산하고 온 듯이 지쳐서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사라졌다.
이처럼 병원에 다녀온 날이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소파나 침대에 누워 책을 읽거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다 문득, 점점 더 무기력해지는 나를 보며 이대로 계속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몇 번 더 병원을 가야 할지, 다음 수술을 할지 말지 아무것도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가수 최유리의 "숲"이라는 노래를 알게 되었다.
“나의 눈물 모아 바다로만
흘려보내 나를 다 감추면
기억할게 내가 뭍에 나와 있어
그때 난 숲이려나.”
이 노래의 가사는 내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힘든 시간을 지나면서도 나를 잃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이 담겨 있었다. 몸이 아픈 후 일상과 업무의 많은 부분이 엉망이 되었지만, 이 노래를 들으며 굳이 급하게 욕심내지 말고 차근차근 나만의 숲을 형성해 나가기로 했다.
몸이 아픈 후 일상과 업무의 많은 부분이 엉망이 되었지만, 살다 보면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게 이상하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누구든 인생에 예상치 못한 일은 얼마든지 생기고 마련이고, 일어나는 일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요즘 하루에 한 가지씩 소소한 성공을 쌓을 수 있는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고, 행복이라는 씨앗을 심는다. 이전에 소설 필사하던 것에 더해 에세이 필사도 하고 있는데 이 또한 나의 행복을 위한 씨앗 중 하나다. 천천히 나만의 숲을 가꾸다 보면, 어느새 다시 잔잔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작은 기쁨과 성공을 쌓는다.
이렇게 나만의 숲을 가꾸며 살다 보니 병원 가는 날이 와도 가기 싫다는 생각도 잘 들지 않는다. 병원에 가는 시간도, 다녀와서 아주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시간도 전부 소중하게 느껴졌다. 내 모든 시간은 나라는 숲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조금 더디더라도 씨앗들은 머지않아 아주 멋진 숲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