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욕심을 비워내는 요즘
인스타그램에 독서 기록을 자주 남긴다. 책 서평을 쓰는 일상은 마치 그 자체로 하나의 일기다.
내가 읽은 책의 표지 사진을 찍고, 그 안에서 느낀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은 독서에 더 깊이 빠져들게 만든다. 하지만 이렇게 기록을 자주 남기다 보니, 내 방은 온통 책으로 가득 차 있다.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 바닥에 쌓인 책들, 심지어 침대 곁에도 책이 켜켜이 쌓여 있다.
몇 번씩 정리하고 또 비워내도, 여전히 비우지 못한 채 쌓여 있는 책이 한가득이다. 무수한 애정과 노력 속에서 탄생한 책들을 정리하는 것은 참 곤욕이다. 미니멀 라이프가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책에 대해서만큼은 그게 잘 안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쌓아둔 책이 머리 위로 떨어진 적이 있다. 그 순간, 책이 내 머리를 스치며 떨어지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다행히 안경만 빗겨 맞으며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이러다간 정말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나의 친구이자 동반자지만, 동시에 짐이 되어가고 있었다.
"좋아하는 물건을 고를 때는 '지금 이 물건을 살 수 있다면 또 살까?'라는 기준을 적용하면 됩니다. 그래도 물건이 많다면, 1위부터 등수를 매겨 수납할 수 있는 양만 남깁니다."
-수납 못하는 사람을 위한 수납책, 아카쿠 유리, 즐거운상상, p20
그 사건 이후, 나는 아카쿠 유리 작가의 <수납 못하는 사람을 위한 수납책>을 읽었다. 참 우습게도, 책 때문에 고생하면서도 또 다른 책을 찾고 있는 나였다. 책 속에서 "좋아하는 물건을 고를 때는 '지금 이 물건을 살 수 있다면 또 살까?'라는 기준을 적용하면 됩니다."라는 문구를 발견했다.
이 간단한 질문이 내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막상 "지금 이 책을 살 수 있다면 또 살까?"라고 적용해 보니 대답이 쉽게 나오질 않았다. 과연 지금 내가 소유한 책들을 다시 살 수 있다면, 나는 그중 몇 권을 선택할 수 있을까? 동시에 '어린아이가 철 없이 욕심 내듯 모든 책을 꽉 붙들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날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들은 내 독서 습관을 돌아보게 했다. 나는 어떤 책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는지, 어떤 책들은 단순히 소유하고 싶어 하는 욕망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무엇이든 과하면 좋지 않다는 진리는 변함없다. 책을 향유하는 즐거움은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앞으로는 조금 더 신중하게 선택하고, 진정으로 나에게 필요한 책만 남겨두기로 결심했다. 매일매일 쌓여가는 책들이 아닌, 나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 줄 책들만을 안온하게 내 인생에 남기고 싶다.
책은 우리의 소중한 시간과 마음을 담아내는 그릇이 되어야 한다. 과유불급의 지혜를 떠올리며, 앞으로는 더 적은 책과 더 깊은 독서로 나의 독서 생활을 꾸려나가고자 한다. 이제는 "지금 이 책을 살 수 있다면 또 살까?"라는 질문을 통해, 나의 독서를 더욱 가치 있는 일상의 일부로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