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한 이유가 궁금하시겠지만 없습니다
남으로 창을 내겠소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
밭이 한참 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삶의 이유에 대한 질문을 들으면 종종 숨 막힌다. 책, 강연 심지어 타인에게 '왜'라는 질문이 중요하다는 말을 듣긴 하지만, 때로는 이 질문이 사상 검열 같기도 하고 무례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타인에게 설명 가능한 거창한 이유가 없으면 살면 안 되는 걸까?
과거의 난 삶의 이유와 목표에 대해 아주 깊이 고민했다. 인생을 위한 명확하고 뚜렷한 이유와 목표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엔 살아 있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물론 내게도 최종 목표도 있고, 그 목표에 관한 이유도 있다. 하지만 그게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살아보니 삶의 목표나 이유가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고.
나는 일상 속 작은 순간들, 소중한 사람과의 대화, 가족과의 시간, 나만의 여유를 즐기는 순간들이 있다면 그 자체로 삶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내게 왜 사냐고 묻는다면, 이제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그저 살아 있으니까."
이는 단순히 주어진 대로 산다는 체념의 의미가 아니다. 삶의 이유를 굳이 거창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될 만큼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다.
뭐, 지금은 이렇게 생각하지만 살다 보면 삶의 이유가 또 뚜렷해지는 순간도 오겠지. 그럼 그때가 되어서 그 이유를 지키며 감사히 살면 되는 거고.
때론 거창한 이유 같은 게 없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게 삶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