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다
이상하다. 먹으면 안 되는 걸 알지만, 밤에 먹는 라면은 정말 특별하다.
어둠이 내려앉은 조용한 밤, 뜨거운 라면 냄비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을 바라보고 있으면 묘한 설렘이 밀려온다. 국물이 끓는 소리, 젓가락 사이로 흐르는 면발의 탄력, 그리고 첫 입을 베어 물었을 때 입안 가득 퍼지는 감칠맛. 이 모든 순간이 밤이라는 시간과 어우러져 잊을 수 없는 맛을 만들어 낸다.
아마도 밤이라는 시간 자체가 라면의 맛을 더 돋보이게 만드는 것 같다. 하루를 마치고 난 뒤의 고요한 시간, 모든 일이 멈춘 듯한 정적 속에서 느끼는 배고픔은 평소보다 더 진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그 배고픔을 뜨거운 국물과 짭짤한 면발이 채워줄 때의 만족감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이 순간, 라면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하나의 위로가 된다.
사실 밤 라면에는 작은 반항심도 스며 있다. "이 시간에 먹으면 살찐다"는 경고, "내일 아침이 부을 텐데" 하는 걱정. 하지만 그 모든 걱정을 잠시 접어두고 국물 한 모금을 떠먹을 때 느껴지는 해방감은 삶의 소소한 행복 중 하나일 것이다. 아마도 이 금지된 즐거움이 라면을 더 특별하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라면을 끓이는 동안 떠오르는 추억들도 빼놓을 수 없다. 학창 시절 밤새워 공부하다 친구들과 나눠 먹던 컵라면, 여행 중 숙소에서 끓여 먹던 그 냄비, 혹은 혼자 긴 하루를 마치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끓인 그릇까지. 라면 한 그릇에는 각자의 시간이 담겨 있고, 그 기억들은 라면의 맛을 한층 더 깊고 풍성하게 만든다.
밤 라면이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그 시간을 함께하는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집 안의 불빛이 어둡고, 세상은 조용해진 시간. 오직 나와 라면만 남아 있는 이 고요함 속에서 자신과 대화를 나눈다. 한 입 한 입 면발을 음미하며 지나온 하루를 떠올리고 그 속에서 위로를 찾는다.
물론 밤 라면을 자주 즐길 수는 없다. 자주 먹다 보면 몸이 금세 무거워지고 건강에도 좋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가끔씩, 정말로 지친 날에는 스스로에게 작은 휴식을 허락해도 좋지 않을까? 그리운 맛, 따뜻한 국물 한 모금이 주는 안락함은 우리에게 생각보다 더 큰 힘이 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오늘 밤, 다시 냄비를 꺼낼까 고민해 본다. 그 맛이 그립기도 하고, 지금 이 순간 조금의 위로가 필요하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