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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 나는 차 중독자가 되었다

커피 끊고 차 한 잔의 여유를 되찾은 여자의 이야기

by 윤채

브런치에 <어느 웹소설 작가의 고통 탈출 일지>를 쓴 게 엊그제 같은데, 다시 수술 후 회복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2024년의 수술과 회복을 지나 겨우 일상을 되찾았다고 생각했지만, 2025년 1월 또 한 번의 수술을 겪으며 다시 몸과 마음을 다독이는 시간이 필요해졌다. 수술은 크든 작든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200337fg.jpg Young Peasant Having Her Coffee (1881)_Camille Pissarro (French, 1830-1903)



그런데 이번 회복 기간 동안, 나에게 작은 변화가 찾아왔다. 커피를 멀리하고 차를 가까이하게 된 것이다. 이전에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믹스커피를 찾곤 했다. 달콤한 설탕의 맛이 순간적으로 위로가 되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쓰디쓴 아메리카노는 입에 맞지 않았고, 카페라테나 바닐라라테도 이상하게 끌리지 않았다. 내게 믹스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스트레스를 단숨에 녹여주는 작은 탈출구였다.



하지만 그 달콤함이 늘 좋은 결과를 주는 것은 아니었다. 순간의 위로는 결국 몸에 부담으로 남았고, 건강을 생각하면 줄여야 할 대상이었다.






그러다 예상치 못한 수술을 계기로 커피를 멀리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차를 찾게 되었다. 따뜻한 차 한 잔을 손에 쥐고 있으면, 몸도 마음도 조금씩 이완되었다. 마치 차의 향이 내 불안을 녹여주는 듯했다. 차를 마시면서 나는 알게 되었다.



커피가 즉각적인 위안을 준다면, 차는 서서히 마음을 다독이며 긴장을 풀어주는 존재라는 것을. 커피를 마실 때는 늘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지만, 차를 마실 때는 자연스럽게 숨을 고르게 되고, 나 자신을 돌보는 시간이 되었다.




230725fgsdl.jpg A Cup of Tea_Lilla Cabot Perry (American, 1848–1933)



수술은 힘든 경험이었지만, 그 덕분에 나에게 꼭 필요한 쉼을 배웠다. 그리고 그 쉼을 채워준 것이 차였다.



이제는 차를 마시는 시간이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하루를 가다듬는 중요한 순간이 되었다. 앞으로도 이 작은 변화가 내 삶을 더 건강하고 여유롭게 만들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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