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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케이크를 먹을 자격도 없다

완벽주의자가 말하는 자격 말고 셀프 러브 기억하기

by 윤채

케이크를 먹다가 한숨을 내쉰 적이 있는가?



얼마 전, 나는 '내가 지금 케이크를 먹을 자격이 있나?'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포크를 내려놓았다. 그러다 스스로가 우습고 어이없어졌다. 고작 케이크를 먹는데 무슨 자격을 따져야 한단 말인가. 남들에게는 너그러운 내가, 왜 유독 나 자신에게는 이렇게 가혹한 걸까.



사실 나는 늘 나에게 엄격한 사람이었다. 오늘 해야 할 일을 끝내지 못하면, 스스로에게 주어지는 보상도 없다고 여겼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읽어야 할 책은 산더미 같았고, 마감해야 할 글은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달콤한 케이크를 즐긴다는 것은, 마치 할 일을 미루고 도망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결국 나는 스스로를 벌주듯 포크를 내려놓았고,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즐거움'조차 허락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런 사고방식은 완벽주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완벽주의는 나에게 끊임없이 높은 기준을 요구하며, 작은 실수조차 용납하지 않게 만든다. 더 나아가서는 사소한 즐거움조차 누릴 자격이 없다고 느끼게 만든다. 일의 성취 여부에 따라 나의 가치를 평가하는 버릇은, 어느새 나를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다. 예전 같았으면 끝까지 케이크를 내려놓았겠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마음 한편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나한테 이 정도도 못 해주면, 누가 해주지?'



그 생각이 드는 순간, 나는 다시 포크를 집었다. 그리고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폭신하고 달콤한 맛이 혀끝에서 녹아내렸다. 그 순간만큼은 미뤄둔 글도, 쌓인 책도 떠오르지 않았다. 오직 나 자신에게 허락한 작은 여유와 다정함만이 남아 있었다.






그날 내가 먹은 케이크 한 조각은 단순한 디저트가 아니었다. 그것은 나 자신을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작은 시작이었다. '자격'이 아니라 '마음'으로 나를 대하는 연습. 나는 앞으로도 나에게 야박한 말을 할 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런 순간에도 나는 나를 다독일 수 있다는 것을.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나는 더 많은 행복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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