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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일본어 필사, 역시 어색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끝까지 해내는 것이 중요하니까

by 윤채

고교 시절 배웠던 일본어를 다시 써본 게 몇 년 만일까.



얼마 전, 길벗 출판사의 일본어 카피 읽기 챌린지에 참여해 5일 동안 <일본어 명카피 핸드북> 속 문장을 필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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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일본어를 쓰려니 손이 굳어 있었고,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따라 쓰면서도 이게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한자는 낯설었고, 가타카나는 어딘가 비뚤비뚤했다. 문장을 완성할 때마다 작은 성취감보다 답답함이 먼저 밀려왔다. ‘내가 이렇게까지 일본어를 잊어버렸다고?’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게 하루, 이틀 계속 필사를 이어가다 보니 조금씩 감이 돌아오는 듯했다. 글자가 손에 익지는 않았지만, 처음보다는 덜 어색했다. 아직은 서툴렀지만, 어쨌든 한 페이지를 다 채웠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처음 이 챌린지에 참여한 것에 거창하고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어린 시절 재미있었던 일본어를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었을 뿐. 부담 없이 시작했지만, 막상 해보니 쉽지 않았다. 한 페이지를 채우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고, 눈으로 읽을 때는 쉬워 보이던 문장도 손으로 따라 쓰려니 낯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써 내려갔다. 실로 필사한 내 글씨는 삐뚤빼뚤했고, 문장을 따라 쓰는 속도도 매번 느렸다. 첫날엔 ‘내가 이걸 왜 시작했지?’ 싶었지만, 셋째 날이 되니 조금씩 익숙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처음엔 단순한 따라 쓰기였다면, 어느 순간 문장을 곱씹으며 의미를 생각하는 여유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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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동안 필사를 하며 느낀 건, 중요한 건 잘하는 게 아니라 끝까지 해내는 것이라는 점이었다. 글씨가 엉망이어도, 속도가 느려도, 매일 한 장씩 꾸준히 채워나갔다는 사실 자체가 내게 의미 있는 경험이 되었다.



이전의 나는 무언가를 할 때 ‘잘해야 한다’는 부담을 먼저 느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완벽하지 않으면 쉽게 포기하곤 했다. 하지만 이번 필사를 하면서 깨달았다. 처음부터 잘할 필요는 없다는 것, 중요한 건 끝까지 해내는 경험 자체라는 것을.



그래, 무엇을 하든 완벽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엉성한 글씨라도 한 줄씩 써 내려가는 것,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나 자신과 한 약속을 지켜 나가는 것이다. 이렇게 작은 도전이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더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 테니까.








♧ 1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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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정답은 하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저마다의 길, 아름답게.



♧ 2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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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하지 못한 것 투성이라

두근두근



♧ 3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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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삼일? 대단한걸!

3일이나 계속하다니!



♧ 4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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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생겨난다.

어떠한 때라도.



♧ 5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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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마.

버릇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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