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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일 Sep 23. 2023

달리기를 하러 나가는데 까지 걸리는 시간


이제 도시, 도로에는 뱀이었던 것이든 보고 놀라는 생물체들이 줄어들었다. 창밖으로는 메콩강 주변을 따라 높이 둑을 쌓고 그 위로 도로를 만들어 평평하게 되어 있고, 곧게 뻗은 도로 위를 사람들은 올라가서 걷기도 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기도 한다.

새벽녘에는 오토바이는 거의 없고 달리거나 걷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둑 위를 자유롭게 오가는 사람들.

새벽, 해뜨기 시작할 때면 주변이 환하게 잘 보인다. 해 질 녘이 되면 그 위를 오토바이가 달리는데 해가 온전히 지기 시작하면 완전히 어두워지기 때문에 인적이 급격히 드물어진다. 헤드라이트 있는 오토바이마저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경사져서 다져진 흙길로 꿀렁꿀렁 천천히 내려와 완전히 어둠이 내리면 둑 위에는 몇몇의 움직임만 보일 뿐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오토바이 매연이 어떤지 알기 때문에 그 뒤를 쫓아 뛰고 싶지 않았다. 보통 때였으면 새벽에 깨어났을 때 달리려고 나갔을 텐데 전날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혹시나 무리해서 더 안 좋아질까 봐 망설였다.

한 동안 운동을 안 한 것이 여러 가지 원인으로 작용한 것 같기도 해서 토요일만큼은 꼭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창밖으로 사람들이 얼마나 오가는지, 오토바이는 얼마나 다니는지, 그리고 내가 달릴 수 있긴 한지 여러 가지로 망설였다. 해가 서서히 지고 달리는 오토바이가 하나 둘 내려오는 걸 보면서 둑 위가 비워지는 게 보였다.

오랜만에 운동복을 꺼냈다. 무릎보호대를 차고 반바지를 입었다가 여기저기 물려 붉어진 허벅지를 보았다. 아무래도 모기가 신경이 쓰였다. 긴바지를 입는다고 안 물리는 건 아니지만 한번 비껴가도록 입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이래저래 나갈 준비를 마치고 방을 나섰다.

달리기 어플을 켜고 초반 걷기 3분 동안 오토바이가 오르고 내리던 경사로 쪽으로 향했다. 예상과는 달리 멀기만 해 보였던 경사로는 금방 닿았고 달리기 시작 전에 둑 위에 올라섰다. 곳곳에 드문드문 보이는 사람들, 약한 불빛에 의지해서 둑 위를 달려야 한다. 바닥상태는 뜻밖에 쇄석을 다져놓은 정도였고 아스팔트가 깔려있어 편평할 것이라는 생각을 뒤엎었다. 달리기 시작한 나는 잘 다져진 자갈밭을 달리기 시작했다. 가로등이 없는 길. 다행히 발이 푹푹 빠지거나 노면이 울퉁불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한 치 앞 정도만 보이는 상황에서 자갈밭 달리기를 하는 상황이 신경 쓰였다. 혹시나 예기치 않은 꺼짐을 발견하지 못하고 발을 딛었다가 발이 빠져 삐끗하거나 피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계속 바닥만 봐야 한다면, 온전히 달리는데 집중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 와중에 자꾸만 눈과 입으로 날아드는 날벌레들도 거슬렸다. 한 놈은 입으로 호흡하는 와중에 입 속으로 날아와 여러 번 기침을 하게 만들고, 다행히 목에 걸린 것을 뱉어냈는데, 고상하게 둑 위에서 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여러모로 사라졌다.

결국 5분씩 달리기 왕복을 한 후에 걷기 시간에 경사로를 따라 내려왔다. 둑 위에서 본 아래쪽은 도로 근처를 달리는 것이 다니는 차나 오토바이가 없어 더 나을 것 같았다. 천천히 내려와 지상의 도로 노면을 달리기 시작했다. 훨씬 쾌적하고 곳곳에는 가로등이 있어 앞이 잘 보이고 주변도 보였다. 강가에는 호텔이 대부분이다 보니 대부분 현지인들이 올만한 곳은 아니었는지 길에는 사람도 오토바이도 드물었다. 주변에는 대형병원이 저녁까지 불을 밝히고 있었고 공공기관 건물이었는지 도로는 넓고 쾌적했다. 어쩌면 그 시각 인적이 드문 저녁의 길거리가 치안이 좋지 않은 나라였다면 두려움에 또다시 달리다 주춤거렸을 것이다. 몇몇의 사람을 보고 괜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오히려 앞에서 가던 두 사람을 내가 놀라게 하기도 하고 밤이 되면 돌변한다는 개들도 생각과 달리 아무렇지 않았다. 둑을 내려와 호텔 주변의 큰 블록을 두 번 정도 달리니 오늘의 달리기가 끝났다.

한 번 걸어가 봤던 덕분에 두려움이 없었을 수도 있겠지만 다행히 곳곳에 문이 열린 식당, 노점 같은 곳의 인기척과 불빛이 아니었다면 중간 구간마다 달리기를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했을지도 모른다.

두려움은 나에게서 오는 것 같기도 하지만, 내가 어디에 있는 그때, 그 시간, 공간이 어떻게 그곳을 비추고 있는지에 따라 안심이 되기도 하고 걱정이 커지기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안심하지만은 않을 것이고 늘 그랬던 것처럼 천천히 다시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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