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는 건 좋은 것 같다. 제발 이번 출장은 빨리 끝나고, 빨리 헤어지길 바라는 중. 그렇지만 여기는 따뜻하고, 한국은 이제 눈이 내린다.
어쩌면 야외를 따뜻하게 다닐 수 있는 시간도 일주일 정도 남았다.
달리기 능력향상은 6회가 한 번이다. 지금까지 두 번의 사이클을 돌렸고, 3회 차 중에서 4번째를 해야 하는 날. 입은 깔끄럽고, 배는 고픈 듯 안 고픈 듯, 어제 과일주스집에서 아보카도 주스를 못 먹었다. 겸사겸사 달려가서 마지막구간에 그쪽 블록으로 들어서서 천천히 걸어오는 걸로 계획을 세었다.
항상 그렇듯 마음은 굴뚝같고 이제는 많이 달렸으니 쉽게 달릴 수 있을 것 같고, 가볍게 달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매번 제일 첫 번째 달리기가 고비다. 늘 멈추고 싶은, 오늘 할 달리기를 내일로 미루고 싶고, 뛰는 게 후회고, 그런데 뛰다 보면 또 5분 중 절반을 달렸다고 하고, 조금 더 버티면 5분이 되었다고 한다. 머릿속을 맑게 하고 싶어서, 잡생각을 떨치고 싶어서 달리기를 하는데, 아침의 일이 자꾸 떠오르고, 일부러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노력한다.
어차피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냥 넘어갈까 하다가, 이제는 내가 거슬리는 게 싫어서, 가식이더라도 말 그대로의 인사치레정도는 해야 맞는 것 같으니 아무도 없는 곳에서, 사건 발생은 일어나지 얼마 안 된 그 시점에서.
어쨌든 다시 걷기 구간, 개가 오지 않는 도로. 바로 두 번째 달리기가 시작된다. 이상하게 오른쪽 옆구리가 당겨온다. 첫 번째 달리기도 힘들지만 두 번째 달리기는 못지않게 만만치 않다.
도대체 언제쯤이 되면 달리기는 수월해지고 별 거 아닌 정도의 난이도가 되는 것인지.
아무렇지도 않게 뛰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그리고 이렇게 늘 숨 막힐 정도로 힘들지 않은 건지.
교차로에 반짝이는 전구장식이 유독 빛난다.
아담한 분수가 도달하는 목표지점이 된다.
여러모로, 늘 시작은 고통스럽고, 두 번째 하는 것도 역시나 힘든데, 세 번째를 달리고, 네 번째를 달리고 나면 마지막 달리기가 온다. 그리고 도착한 과일주스집.
오늘도 아보카도는 없지만, 두유 음료에 얼음을 넣어달라고 한다.
6천킵. 그리고 주스집 가는 길의 스프링롤 가게에 딱 하나 남아있던 것. ‘가는 길에 남아있으면 사가야지.’ 했는데 남아있다. 외국인이라 신기한 건지, 지난번에도 사간 외국인을 기억하는 것인지 안보는 척 힐끔 보고 살풋 웃고는 가게 문을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