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늦은 밤, 10시가 넘은 시간, 창 밖에서 쿵쿵거리는 엠프소리와 노래 부르는 소리가 웅웅거린다. 몇 시간째 이어지는 노래소리. 한 아주머니가 노래를 한다. 반주소리와 불협화음. 전국노래자랑에서 부르는 거였으면 두 소절 만에 ‘땡!’ 소리 후 무대를 황급히 내려가야 할 정도로, 음정박자가 제각각이다. 이리저리 튀는 노래가 성가시지만 노래 부르는 목소리에는 흥이 담겨있다.
보통 그들은 엠프를 마당이나 야외에 설치해서 마당에 자리를 잡고 흥을 나눈다. 노래 소리만 들려도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간다. 엠프 가까이에 식탁을 펴 놓고, 그 옆에는 비어라오 몇 짝과 얼음 박스가 있을 것이다. 경쾌하게 병을 따고 얼음을 채운 잔에 비어라오를 서로 채워주며 잔을 든 팔은 노래에 맞춰 어깨가 들썩일 것이다. 흥이 넘치다 못해 폭발하는 사람은 엠프 앞에 서서 어깨와 팔을 접었다 펴기를 반복하며 빙글빙글 돌고 있을 것이다.
같은 공간에 있는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도 많은 야외. 노래를 틀면 남들이 다 들을 정도로 소리가 퍼져나간다.
못 부르고 잘 부르고는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다.
누구도 마이크를 잡은 사람의 노래를 평가하지 않고, 뜻밖에 다른 의미로 상당한 노래 실력을 가졌으면 모두가 크게 웃으며 그의 노래를 즐긴다. 음정박자가 맞지 않는 노래 실력에도 그들은 굴하지 않고 흥이 폭발해 노래를 계속 이어간다.
노래를 부르는 나는 너무 신나고, 즐겁고, 듣는 이가 내 노래를 어떻게 평가할지는 중요치 않은 사람들.
내가 지금 이렇게 부르고 싶고 즐거운데 남의 시선 신경 쓰는 게 무슨 의미인가.
무언가를 할 때 내가 즐거워서 하는 것 마저도 내가 중심이 아니라, 이걸 듣고, 보게 될 다른 사람이 곱게 보지 않으면 어떡하나, 사람들이 싫어하면 어떡하나 이런 남들의 시선이나 평가를 너무 의식한 나머지 즐겁고 말 것들에서도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시작도 못하거나 하면서도 즐기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기도 하고.
그저 그 순간을 즐길 줄 아는 모습에서 시끄럽다고 생각되다가 이내, 그럴 수도 있지 이렇게 생각이 말랑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