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사무실 밖으로 ‘삑삑 -’ 호출소리가 들린다.
누군가의 핸드폰 소리인가 싶었는데 아이스크림 파는 아저씨란다. 궁금해서 현관으로 뛰어가보니 사무실 건너 앞 집의 꼬마들이 너도나도 들러붙어서 손에 하나씩 뭔가 쥐고 있다.
어떻게 파는지 궁금해도 빠르게 돌아가려는 아저씨를 붙잡고 얼마냐고 물으니 하나에 2천킵이라고 하신다. 한 200원 정도. 그날따라 지갑을 안 가져와서 돈이 없다 하자 누가 선뜻 2천낍을 준다.
계단을 내려가서 아이스께끼 아저씨를 보니 나이 지긋하고 미소를 머금은 할아버지가 오토바이 뒷자리에서 은색 원통을 감싼 스티로폼 박스를 매달고 나를 기다린 채 서있다. 원통 위의 뚜껑을 열어보니 색색의 음료수를 하드 얼리는 통에 붓고 거기에 아이스크림 작대기를 넣어 직접 얼린 것 같은 게 포장 없이 원통 안에 누워있었다.
수제 아이스께끼. 흠칫 놀랍지만 이미 안 산다고 하기도 미안해서, 남은 것도 중에 고른다. 주황색은 많이 남았고 보라색이 하나 남아있었다. 원통 안으로 손을 넣자 차가움이 느껴진다. 최첨단 이동식 냉동고.
먹으면 배탈 날 것 같지만 그가 떠나고 한 입 베어 물어본다. 내 스타일은 아니군.
하지만 시골 아이들에게 집 앞까지 배달 오는, 저렴한 수제 아이스께끼는 한 번씩 있는 선물 이벤트 아닐까. 더운 날, 가장 즐겁고 기다려지는 이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