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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공 Apr 22. 2024

안녕하세요 면접 보러 왔는데요

면접관의 시선

 성인이라면 한 번쯤 면접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알바를 하든 직장을 구하든 면접을 보지 않고는 일을 할 수 없다. 나 또한 알바를 처음 시작한 고3 때부터 지금까지(심지어는 오늘도!) 일을 구하기 위해 면접을 여러 번 봐왔다. 그런데 나는 지원자로서 면접을 본 경험보다 면접관으로서 면접을 진행한 경험이 훨씬 많다. 4년 6개월 동안 일한 전 직장에서 매니저(점장) 직책으로서 카페의 직원과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하는 업무도 담당했기 때문이다. 


 자그마치 스무 명. 내가 담당한 매장의 인원 숫자다. 시기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늘 스무 명 내외의 인원이 함께 일했다. 그중 절반 정도가 정직원, 나머지 절반이 아르바이트 직원이다. 스무 명이 근무하는 카페에서는 채용이 얼마나 자주 이루어질까? 이것 또한 시기마다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월 1~2회 정도 채용 공고를 등록했던 것 같다. 심했던 때는 한 달에 7명이 퇴사를 한 적도 있었다.


 약 3년 간, 채용을 하는 카페 매니저의 입장에서 지원자들을 면접하며 느낀 점들이 많다. 물론 전문적으로 인사팀이 꾸려진 큰 회사에 비해 체계가 빈약할 것이고 또 업장마다 상황이 천차만별이겠지만 이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재미로 봐주신다면 좋겠다.




1. 생각보다 형편없는 이력서의 비중이 매우 높다. 

  

 여기서 '형편없는 이력서'란 사진이 없거나 자기소개서가 단 한 줄로 적혀있지 않은 백지상태이거나 둘 다인 경우이다. 탄탄한 경력이 있어서 그걸 믿고 그러나 싶을 텐데 보통 이런 분들은 경력도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내가 이 지원자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는 오직 이름과 나이뿐인 거다. 그나마 정직원 채용 시에는 좀 덜한 편이지만, 도대체 어디에 눈을 둬야 할지 모르겠는 이런 이력서가 보통 5개 중 하나 꼴로 들어온다.

 

 사진에 관해서도 에피소드가 많은데 셀카를 올려두거나(이건 그래도 준수한 편이다)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둔다든지(사회성에 대한 어필일까?) 심지어는 상의 탈의한 본인의 몸 사진을 올려둔 경우도 있었다(이게 왜 실화?) 이 외에도 자기소개서에 다른 회사이름을 그대로 수정하지 않고 지원하거나(OO에 입사하게 된다면...) 직무와 전혀 맞지 않는 어필을 하는 경우(바리스타 채용인데 사무적인 스킬만 과하게 어필) 등이 있다.


 이렇게 이력서를 얼추 걸러내고 나면 면접 제의를 하고 싶은 이력서는 극소수이다. 예를 들어 30명이 지원했다면 4개 정도로 추려지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저렇게 이력서를 내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도 정말 그렇기 때문에, 만약 카페나 식당에서 일하고 싶은데 경력이 없어서 나이가 걸려서 등의 이유로 경쟁이 될까 고민하는 분들이 있다면 증명사진을 업로드하고 자기소개서를 정성껏 적어서(지원하는 회사 맞춤형으로) 내면 면접 제의 연락이라도 받을 확률이 매우 높을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2. 좋은 직원을 만나는 일은 솔로 탈출보다 어렵다. 


 자, 이렇게 어렵사리 4개의 이력서를 골라냈다. 이제 면접 제의를 위해 연락을 해야 하는데 보통 이 중 한 명 정도는 연락을 안 받거나 이미 다른 일자리를 구했다고 답한다. 이제 나머지 3명과 각각 면접 약속을 잡고 면접 당일이 된다. 

 

 놀랍게도 보통 이 중 한 명 정도는 면접날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면접 보러 왔는데요." 하고 당연스럽게 제 시간에 맞춰 오는 분들이 참 감사하다. 어쨌든 결국 면접을 본 두 명 중에서 채용을 해야 하는데 이 중 마음에 쏙 드는 분이 있을 확률은 높지 않다. 그나마 우리 회사와 더 잘 맞을 것 같은 분을 합격시키고 나면 이제 최종 관문이 남아있다. 채용한 직원이 첫 출근 날 모습을 드러내야 비로소 하나의 채용이 끝이 난다(아니었으면 좋겠지만 무단으로 안 나오는 분들이 종종 있다) 이 과정을 뚫고 입사한 분과는 그야말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만큼 직원들의 소중함을 더 크게 깨닫게 되지 않았나 싶다.


3. 면접관은 당신을 붙이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지원자가 줄 서 있는 대기업 같은 곳은 변별력을 위해 압박면접을 실시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한 명 한 명의 면접자가 소중했던 당시의 우리 카페)는 제발 이 분이 어느 정도만 우리와 잘 맞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면접을 본다. 애써 장착한 콩깍지 렌즈에도 도저히 채용할 수 없는 분이 있고 당장 모시고 싶은 분도 있는데 보통 그 판단은 첫인사 후 3분 이내에 결정되는 것 같다. 관심이 가고 호감이 가는 지원자와 면접을 할 때 질문이 많아지고 면접 시간이 길어진다. 


 당연한 소리지만 답변을 너무 잘하려고 애쓰거나 짧게 단답형으로만 대답하는 지원자보다는 적당히 솔직하면서 성의 있는 모습을 보이는 지원자에게 더 호감이 간다. 면접은 결국 앞으로 함께 일 할 사람을 뽑는 자리이기 때문에 대화가 잘 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면접 자리에서조차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면 회사의 일원이 된 후에는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는 않는다.


4. 지원자도 잠재적 고객이다. 

 

 아직도 많은 기업에서(특히 중소기업과 개인가게) 지원자 또한 잠재적 고객이라는 사실을 잊고 편하게 대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다행히 나는 이전 상사에게 채용 관련 매뉴얼을 잘 배워놔서 실례를 범하는 경우는 없었지만, 요즘 다시 알바 자리를 구하러 다니며 과거 나의 모습이 어떠했는지 점검을 하게 됐다.


 나는 면접 제의를 위해 늘 1차적으로는 전화로 통화를 했고 연결이 되지 않으면 문자를 남겨두었다. 내가 콜포비아임에도 전화를 거는 이유는 전화 예절을 통해서 상대방을 판단할 수 있는 요소가 하나 더 생기기 때문이다. 면접 일자는 상대와 협의해서 잡고 이후 상대가 헷갈리지 않도록 꼭 문자로 주소와 시간을 남겨두었다. 


 면접이 끝나고 지원자 분들이 자주 하는 질문이 있는데, "혹시 불합격이어도 연락을 주시나요?"이다. 당시에는 당연한 건데 왜들 물어보시지? 하고 의아했는데 나중에 보니 불합격인 사람한테는 아예 연락을 안 주는 곳들도 꽤 많다는 걸 알게 됐다. 합격이다 아니다 하는 연락이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명확한 답이 없으면 여러 군데에 지원을 넣고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애매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비록 면접의 형태더라도 얼굴을 보고 인사를 나눈 사이이니 불합격되었지만 다음에 인연이 닿으면 또 뵙자고,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다는 한마디의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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