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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공 Dec 14. 2023

'하면 는다'는 말

몇 년 전 김하나 작가님의 <말하기를 말하기>를 읽다가 뇌리에 박힌 문장이 있다.


'하면 는다'


우리는 보통 '하면 된다'는 말을 자주 접하며 자라왔다. 어릴 적 교실의 급훈으로도 흔했고 일상적으로 널리 쓰이는 말이다. 그러나 나는 저 '하면 된다'는 말에 진심으로 공감해 본 적이 없다. '주저하지 말고, 일단은 시작해 봐라!' 느낌의 조언을 요약한 것은 알게다만, 적당히 물 흐르듯 살아가는 것이 편한 나에게는 그게 과하게 진취적이며 낙관적인 말처럼 들렸다. 무엇보다 실제로 해도 안 되는 일들이 정말 많다. 그런데 '하면 는다'는 곱씹을수록 맞는 말 같다. 100%는 아니겠지만 세상의 99.8% 정도의 일은 하다 보면 조금씩이라도 늘지 않을까? 목표에 도달하는 것은 별개로 치고 어떤 일에 대해 시간에 따라 조금씩 늘어가는 경험은 그 자체로 기쁨이 된다. 


나는 살면서 이룬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해 왔다. 다른 사람에게 '저 뭔가를 했어요'라고 말하려면 최소 업적이라 부를만한 덩어리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업적은 한순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매일 꾸준히 오랜 기간 공을 들여야 비로소 세상에 빛을 볼 수 있다. 그 '매일' '꾸준히' '오래'를 뒷받침하는 힘이 바로 '하면 는다'와 같은 말 아닐까.


퇴사 후 5개월이 지난 지금, 애초의 나의 기대보다 완성되어 있는 일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다만 조금씩 늘어가고 있는 것들은 분명히 있다. 공부하는 법을 까먹어 방통대 졸업이나 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엉덩이 붙이고 공부하는 시간을 점점 늘려갔고 이번 학기 기말시험에서 꽤 준수한 성적을 받았다. 젊은 사람답지 않게 키보드 타자도 꽤 느린 편인데 노트북 사용 시간이 늘어나니 저절로 빨라졌다. 덕분에 인터넷 플랫폼에서 이렇게 글도 편하게 쓸 수 있게 되었다. 하다 못해 병원을 가는 깜냥도 하다 보면 는다. 아플수록, 오래 참아온 질병일수록 첫 검진을 받으러 가는 일이 쉽지 않다. 그러나 그 첫 퀘스트를 깨고 나면 두 번째 세 번째는 더 쉽다. 치료가 고통스럽더라도 혼자 두려워하던 시간에 비해서는 가볍게 느껴진다. 


'하면 된다'라는 말이 잘 와닿지 않는다면, '하면 는다'는 말을 떠올리며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각자의 일을 해나가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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