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추(反芻)
12월을 맞이하며 했던 겨울 인사말에 이어 연말 인사말입니다.
어딜 가나 트리가 서있고, 북적북적한 게 다들 즐거운 연말을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서울을 걷다 보면, 보송한 털 위에 스웨터를 겹쳐 입은 강아지들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그 강아지들의 패션 센스를 구경하는 재미도 상당한 요즘입니다.
제게 올 한 해는, 그 어느 해 보다도
많이 만나고
많이 읽고
많이 느꼈던 한 해였습니다.
정처 없이 걸었던 길들은 나의 추억들이 되었고
쉼 없이 달렸던 길들은 나의 심장을 뛰게 합니다.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은 여전한 나의 친구들이었고
새로 알게 된 사람들은 나의 새로운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들과 나누었던 대화들은 나에게 위로와 가르침이 되었고
그들이 살아가는 삶은 내게 한 권의 책이 되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로 눈에 보이는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배웠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선 내가 싫어하는 일을 매일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즐겁기도, 슬프기도 했던 올 한 해를 마치며,
올 한 해 가장 또렷하게 배운 한 가지는,
행복은 뒤로 미룰 수 없다는 것입니다.
3년을 준비했던 대학 입학이,
2년을 고대했던 전역이,
그렇게 맞이한 사회가 우리에게 마냥 행복한 하루들을 선사했는지
다시 한번 돌아보아야 합니다.
정말 행복했던 건
고3 점심시간 몰래 담을 넘어 사 먹었던 바나나 아이스크림이,
일과를 마치고 들어와 샤워를 하고 저녁점호를 기다리며 나눴던 분대원들과의 대화가,
하루를 보내며 있었던 사소한 즐거움들이 아니었을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옷을 잘 챙겨 입고,
달리고,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것을 즐기는 전,
대체로 행복한 하루들을 보냈습니다.
대체로 행복한 한 해를 보냈습니다.
이젠 좋아하는 사람들과 여행도 좀 가고,
맛있는 것도 먹고,
맛은 좀 없지만 즐거운 소주도 좀 먹는 것으로
남은 2024년의 계획이 가득합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 먹으면서 이야기하면,
그게 행복한 하루 아닌가요?
다가온 일 년을 잘 준비하기 위해선
지나온 일 년을 잘 돌아보아야 한다고 합니다.
제겐 잘한 일들도 많고, 못한 일들은 훨씬 많은 일 년이었습니다.
지나온 한 해의 행복은 오래 간직하고,
맞이한 한 해는 늘 행복하시길.
2024년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