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건

반추(反芻).1

by 티후

난 항상 무언가를 사랑하며 살아왔다.

시를, 영화를, 바다를, 동물들을, 어떤 특정한 분야를,

혹은 타인의 삶과 가치관을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결국 나를 만든다.

난 내가 사랑한 것들의 집합이다.

-2024.03.19. 작업노트 중

학교에서 진행 중이던 조형예술전공 졸업전시에서 만난 문장입니다.

'나'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을 들어봤을 법한 문장 아닌가요?

'난 내가 사랑한 것들의 집합이다'

무언가 창조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나'의 의의를 찾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위 문장과 함께 전시되어 있던 작품 또한 매우 좋았던 기억입니다.





곧 졸업을 앞둔 학우의 말에 따르면,

전 이러한 사람입니다.

필자는

필자가 사랑하기로 마음먹은 주변의 몇몇 사람들을 사랑하고,

그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들을 사랑합니다.

마음 맞는 이들과 함께 달리는 것을 사랑하고,

생각이 복잡할 때 혼자 나가 달리는 것을 사랑합니다.

오래된 카메라를 들고 오래 걷는 것을 사랑하고,

그렇게 담아낸 희미한 사진들을 사랑합니다.

파란 하늘에 노란 단풍이 익어가는 가을을 사랑하고,

괜히 적적한 기분이 드는 새하얀 겨울을 사랑합니다.

때론 서정적이고, 때론 시끄러운 나의 음악 취향을 사랑하고,

가끔은 즐거운, 가끔은 슬픈 나의 글을 다시 읽는 것 또한 사랑합니다.

그런데 내겐 스스로 사랑해 주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는데,

그것들은 내가 아닌 건가요?




지난 9월 갔던 카페에선 고민 우체통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고민을 적어 넣으면 추첨을 통해 해결'책'과 편지를 보내준다는 말에

당시의 고민을 고이 접어 넣었던 기억입니다.

다 잊고 지내다가 최근 dm을 통해 추첨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무슨 책일지, 어떤 편지일지 정말 궁금합니다.

아래는 그때의 제가 했던 짧은 고민입니다.

(정확한 기억은 아닙니다.)

.

.

최근에 글 쓰는 것에 취미가 생겨 글을 쓰고 있는데,

글로 쓰는 것이 나인지,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나인지 궁금합니다.

남이 읽을 것을 생각해서 적는 글이 나의 글인지,

아무도 읽지 않을 일기장에 적는 것이 나의 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할 때의 내가 나인지,

그렇지 않은 이들과 함께할 때의 내가 나인지,

둘 다 아니라면 혼자 있을 때의 내가 나인지,

진정한 나라는 건 존재하긴 하는 건가요?





사실 이 고민을 적어 내려가던 때엔 좀 생각이 복잡하던 때라 ..

이런 고민을 한 것 같습니다.

사실 '진정한 나'를 찾고자 하는 건 좀 어려운 일입니다.


글로 적어낸 나도 나이고,

달리고 있는 나도 나이고,

사람들 곁에 있는 나도 나입니다.


난 그저 나로서 실존합니다.


난 그저 내가 사랑하는 것들의 집합이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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