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世上)

언어의 재이해

by 티후

아래 일련의 과정은, 익히 알고 있는 단어들을

쪼개어 보고 그 온전한 의미를 받아들이는 데에 의의가 있다

어떠한 전문성도, 정확성도 띄지 못함을 앞서 밝히는 바이다.






사실 세상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넓다. 적어도 난 그렇게 믿는다. 내가 매일 오가는 길과 강과 산은 좁디 좁은 세상을 내게 보여주지만, 이따금 떠나는 여행에서 만나는 낯선 길과 강과 산은 새로운 나의 세상이 된다. 젊었을 때 혼자 해외여행을 가보라고 하는 것도, 다들 이런 맥락에서 하는 말일 것이다. 내가 가진 걱정과 불안과 슬픔 따위의 감정들이 그토록 드넓은 세상에선 얼마나 작은 것들인지, 좁디 좁은 세상에 사는 난 알 수 없다.



초등학생 비슷한 나이였을 즈음엔, 도시의 소음과 적막에 익숙해 있었다. 귀에 뭘 꽂을 생각도 없이 동네를 막 뛰어서 다녔으니 말이다. 지금의 내가 보고 듣는 세상이 훨씬 넓을텐데, 내 진짜 세상은 그때가 더 넓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땐 동내의 모든 소리와 풍경을 온전하게 받아들였으니 말이다.



국내도, 해외도 줄곧 가곤 하는 지금은 그때 만큼이나 온전하게 넓은 세상을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세상을 오롯이 받아들이는데 잡음이 자꾸 섞여온다. 걱정과 불안과 슬픔이 자꾸 내 세상을 내 머릿속으로 집어넣는다. 내게 주어진 세상은 그보다 훨씬 넓을텐데.



때론 세상이 내게 손짓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새벽에 이어폰을 양쪽에 꽂고 길을 걷다가, 갑자기 이어폰을 빼고 싶을 때가 있다. 도시를 막 달리다가, 처음 보는 길로 막 뛰어가고 싶을 때가 있다. 목적지랑은 반대 방향일지라도, 그냥 발을 내딛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핸드폰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은 사실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즐거울 것도 없는 노래들이다. 길을 오가며 수 백번은 반복했을 노래들이다. 근데 이어폰을 빼고 마주하는 도시의 적막은, 그 낯선 고요함은 좀 새로운 음악이었다. 언제쯤 마지막으로 들어봤나 싶을정도로 낯선 음악 말이다.


내게 주어진 좁은 세상을 얼마나 충만하게 살고 있는지, 완전하게 느끼고 있는지 모르겠다. 당신은 키가 자란 만큼이나 높은 곳에서 넓은 세상을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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