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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세이] 올해 내 목표는 결혼이야.

구스타프 클림트_ 무희(기다림), 생명의 나무, 연인(성취)1905-09

by 전애희 Mar 11. 2025

 내 목표는 결혼이야. 내 목표는 결혼이야.

올해 내 목표는 결혼이야.

2005년 목표를 세웠다. 목표를 세웠으니, 행동을 해야 했다. 8년 동안 다니던 유치원을 그만두기로 했다. 올해 어느 시기에 결혼할지는 미지수이기에, 3월 입학을 하는 아이들에게 무책임한 교사가 되기를 싫었다. 2월 졸업으로 온유반 아이들과 헤어지고, 원장님 부탁으로 40일 정도 남아 바쁜 학기 초 유치원 업무를 도왔다. 대학 졸업과 함께 유치원 교사 생활을 했던 나에게 딱히 갈 곳이 없다는 것은 무척 허전한 일이었을 것이다. (사실, 그 기억은 없지만.) 편입하고 대학원 진학까지 한 친구가 임용고사 공부 중이었다. "나도 임용고사 봐볼까?" 한마디에 친구는 같이 공부하자고 했다. 난 어느새 가방을 메고, 전대 도서관을 향하고 있었다. 전공 책을 다시 보니, 유아교육 현장에서 내가 경험한 것들이 떠올랐다. 흥미로웠지만, 역시나 글자들은 내 머릿속 블랙홀로 빠지고 난 꿈속에 빠졌다. 공부한 시간보다 꿀잠을 잔 시간이 더 많았던 건 따스한 봄날 온도와 습도 때문이었을 거라 핑곗거리를 찾아본다.

불쑥 보고 싶으면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 당시 우리는 장거리 연애를 하고 있었다. 퇴근을 한 그와 술 한잔 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아직 결혼 못 하는 이유를 자세히 이야기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의 이야기가 끝났다. "응, 알겠어. 그런데 올해 내 목표는 결혼이야." 딱 한마디, 참 단호했다. 평상시에는 꺼내지 않다, 필 받으면,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 내 목표를 한 번씩 상기시켜 줬다. 한두 번 정도였을 것이다. 그 해 여름, 남해 바다로 바캉스를 떠났다. 밤바다를 걷다가, 정말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그가 꺼낸 말, "우리 결혼하자!" 2005년 내 목표가 이렇게 빨리 다가올 줄이야! 놀랬다. 그리고 기분이 좋았다. 하얀 거품을 일며 잔잔히 다가오는 파도들이 우리를 축복해 주는 기분이었다.

우리는 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에 결혼했다. 

우리들만의 땅에 뿌리를 내리고 우리의 삶을 시작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생명의 나무는 에덴동산 선악과 옆에 있던 나무로 요한 묵시록에 의하면 이교도에게 구원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키스, 1907-1908>로 유명한 클림트는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스토클레 저택의 다이닝룸 벽면에 <생명의 나무, 905-1909>와 함께 <충만>, <무희(기다림)>, <연인(성취)>, <벽의 끝> 작품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음식을 나눠먹으며 대화를 나눌 장소에서 작품을 마주한다고 생각해 보았다. 마치 '이 안에 있는 모든 분들 삶 속에서 기쁨과 사랑, 성취 모든 것을 누리길 바랍니다.' 클림트가 이야기하는 듯하다. 

20년 전 '올해 목표는 결혼이야!' 외치던 나는 하나의 뚜렷한 목표보다는 여기저기 둘러보며 세상에 재미난 것들을 찾아다닌다. 그리고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 생명의 나무의 나뭇가지처럼 유연하게 살아가 보려 한다. 

미세먼지 가득해 마스크 필수인 봄이지만, 자꾸 나가고 싶은 날이다. 

오늘은 누구를 만날까? 

무엇을 만날까? 

그리고 난 어떤 도전을 하게 될까?    




♬ 생명의 나무, 궁금해서...... 

아제르바이잔공화국 쉐키 칸 궁전_ 생명의 나무, 17세기아제르바이잔공화국 쉐키 칸 궁전_ 생명의 나무, 17세기


이탈리아 아레초(Arezzo)주 루시나노 시립박물관_ 생명의 나무(사랑의 나무, 황금나무)이탈리아 아레초(Arezzo)주 루시나노 시립박물관_ 생명의 나무(사랑의 나무, 황금나무)


라오스의 루앙 푸라방(Luang Phrabang) 사원의 왓 시앙텅(Wat Xieng Thong) 벽화_ 생명의 나무라오스의 루앙 푸라방(Luang Phrabang) 사원의 왓 시앙텅(Wat Xieng Thong) 벽화_ 생명의 나무



♪ 봉투에서 꺼낸 핸드드립 커피, 앗! 여기에도 생명의 나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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