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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니 Nov 25. 2024

골목길은 꿈을 꾼다



낮은 담벼락이 길게 이어진 곳

오래된 집들이 마주 보고 있다

가파른 돌계단을 내려가면

들리는 친구의 웃음소리


분주한 발소리는

아침 햇살을 따라 흩어지고

남겨진 웃음은

갈라진 담벼락 틈에 숨는다


난 멈춰 서서 귀를 기울인다


하늘이 붉게 물들면

저녁밥 짓는 소리

대문 여는 소리

밤이 깊어 가면 골목길은

기억을 꿈꾸며 잠꼬대한다


나는 골목길을 걷고 있다

이야기는 계속된다


작가의 말


산곡동에서 원적산으로 향하는 길을 매일 걸었다. 지금은 재개발을 위해 천막이 둘러쳐지고 통행이 금지되어 있는 동네이다. 그때도 이미 사람들이 이주하여 비어있는 집들이 많았다. 사람이 없는 조용한 골목길을 산책하다 보면 어떤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간판이 떨어져 나간 폐업한 분식집이 있는 모퉁이에선 어린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열려있는 대문 안에서는 밥 짓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정작 들여다보면 마당에 뒹굴고 있는 고양이들뿐. 가만히 귀 기울여 들어보니 그 소리는 골목길이 속삭이는 소리였다. 골목길은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의 꿈을 꾸며 잠들어 있었다. 기억을 되새기며 잠꼬대를 하면서. 수많은 기억이 새겨져 있는 그 골목길에 대한 시를 써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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