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내가 대기업을 다닐 때는 사내게시판에 경조사란이 따로 있었더랬다.
<우리 결혼해요, 축하해주세요> 란을 보면서 이 사람 결혼하네 알았고
<부친상, 모친상, 조모상, 조부상> 등을 보면 아이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부의를 챙겼고
<형제상> 보면 몇 살쯤이지? 확인하고는 무슨 사연으로 이렇게 황망하게 가셨나 짧게 안타까워하기도 했다가
경조사란을 쭉 아래로 훑어내려다가 가끔, 아주 가끔씩 <본인상>이 올라오면 가슴이 쿵 내려앉고는 했다.
업무를 같이 해본 적 없고 일면식이 없는 직원일 때도 있었고,
가끔 메신저나 통화를 해본 적 있는 직원일 때도 있었다.
아직까지는 내 옆자리 가까웠던 회사동료의 부고상이라는 건 다행히 받아본 적은 없지만
마흔이 넘어가면서 가까웠던 지인들의 황망한 본인 부고상을 한 번씩 간혹 받게 되면서
더 이상 남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본인상은 나에게 더 충격이고 마음이 많이 무거운 소식이다.
어제까지 같은 회사밥 먹으면서 비슷비슷한 불평불만 얘기해가며
다를 것 없는 하루를 살았을 그분이
오늘 갑자기 모든 것과 단절하고 나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속하게 되었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오늘 같은 경우는 부고 소식을 직접 받지도 않았고 동료들을 통해 건너건너 들었을 뿐.
유명을 달리한 그분과는 전직장에서 아주 잠깐 근무기간이 겹친 것 뿐이라
사실 그분을 추억할 것조차 많지 않은 분인데도 불구하고
본인 부고 소식에 오늘따라 마음이 많이 착잡하다.
그저 그런 추운 계절이니 부고장이 당연한 거라고 받아들여야 하는 건가...
에고 인생이 다 그런 거지... 하며 담담하게 넘겨야 하는 건가...
오늘 하루만큼은 그와의 작은 기억이라도 끄집어내어 떠난 그를 위해 기도하고
심하게 동요하고 있는 내 마음을 달래면서 어찌어찌 보내야 하는 건가...
100세 시대를 맞아 인생 이모작을 준비해야 한다는 뉴스를 보면서도 심란하고
또 하루아침에 부고장을 받는 오늘도 심란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마음만 심란한 채로
출근해서 회사 책상에서 회사 노트북으로 회사 일을 한다는 핑계로 버텨보는
20대도 아닌
30대도 아닌
40대 일개 직장인의 내 마음이 이래저래 심란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