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길의 아침이 좋다
아침을 향유하다
임현숙
도시락을 준비해 보내고
고구마 한 개와 사과 몇 조각에
마악 내린 커피 한 잔의 아침을 만난다
방해꾼도 급한 일도 없는
오붓한 내 시간이다
쌉싸름한 맛이
누군가에겐 독이 되고
누군가에겐 하루의 보약
싸늘해진 마지막 한 모금에
설핏 그날의 아침이 얼비친다
커피를 호호 불어 마셔야 하던 그 아침
서둘러 나서야 했던 하룻길이
살아내기 위한 몸부림이라서
아침을 음미하는 호강이 멀기만 했다
커피를 호호 불며 마시는 건
빈 들을 지나는 바람 소리 같은 일
발바닥 지문이 닳도록 겅중거리며
손가락 끝에 가시가 돋아나던
그날들이 목구멍에 걸린다
구슬픈 커피
오늘에 이르는 마중물이었으리
뜨거운 커피와의 느긋한 입맞춤
여왕의 아침이 부럽지 않은
노을길의 푸른 신호등이다.
-림(20240912)
https://www.youtube.com/watch?v=2PmZszmOrC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