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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목 Oct 03. 2024

아침을 향유하다

노을길의 아침이 좋다


아침을 향유하다 

 

임현숙   



도시락을 준비해 보내고

고구마 한 개와 사과 몇 조각에

마악 내린 커피 한 잔의 아침을 만난다

방해꾼도 급한 일도 없는 

오붓한 내 시간이다

쌉싸름한 맛이

누군가에겐 독이 되고

누군가에겐 하루의 보약

싸늘해진 마지막 한 모금에

설핏 그날의 아침이 얼비친다

커피를 호호 불어 마셔야 하던 그 아침

서둘러 나서야 했던 하룻길이 

살아내기 위한 몸부림이라서

아침을 음미하는 호강이 멀기만 했다 

커피를 호호 불며 마시는 건 

빈 들을 지나는 바람 소리 같은 일

발바닥 지문이 닳도록 겅중거리며

손가락 끝에 가시가 돋아나던

그날들이 목구멍에 걸린다 

구슬픈 커피

오늘에 이르는 마중물이었으리

뜨거운 커피와의 느긋한 입맞춤  

여왕의 아침이 부럽지 않은

노을길의 푸른 신호등이다. 


-림(20240912)


https://www.youtube.com/watch?v=2PmZszmOr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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