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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 무료

아무 편도 들지 않은 심장

by 태연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이미 균형 속에 있는 순간,

나는 나를 증명하지 않고

그저 숨 쉬는 쪽을 선택한다

그리고 숨은

이름을 버린 새처럼

목적 없이 나를 통과한다


나는 오늘

도착하지 않는 역에 서서

도착하려던 나를 내려보낸다

균형은

줄 위에 선 몸이 아니라

줄이 사라진 뒤에도

떨어지지 않는 감각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배운다


어둠은 더 이상

밑에서 나를 부르지 않고

빛 또한

앞에서 손짓하지 않는다

그 사이,

아무 편도 들지 않은 심장이

조용히 박동하며 말한다

여기서는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으면서도 믿고,

믿으면서도 붙잡지 않은 채

오늘의 나를

잠시 바닥에 내려놓는다

바닥은

언제나 생각보다 부드러워

넘어지지 않은 것처럼

나를 받아낸다


이 멈춤은

공백이 아니라

숨이 쉬는 방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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