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싫어서/ 저자 장강명/ 출판 민음사 / 발매2015.05.08.
한국이 싫어서/감독 장건재/출연 고아성, 주종혁, 김우겸, 김뜻돌, 이현송 개봉2024.08.28.
장강명 원작소설을 각색한 영화.
소설을 읽을 때 너무 몰입되어 단숨에 읽었던 기억이 난다.
영화화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했다.
계나는 나름 열심히 살아 대학졸업후 좋은 직장에 들어갔지만, 조직내에서 숨쉬기 어려운 불편함을 느낀다. 그건 관습과 융통성이라는 잣대로 결국 계나가 사회성이 떨어지는 인간으로 규정하는 괴로움이다. 게다가 한국의 겨울이 추운 것도 계나에겐 고통이다. 새벽에 일어나 버스와 전철을 두 번씩 갈아타고 2시간을 헤매이는 출근길에서 그녀는 염증을 느낀다.
결국 계나는 직장을 그만두고 뉴질랜드로 떠날 계획을 세운다. 7년간 사귀던 애인 지명과도 헤어진다. 만일 지명과 결혼하면 성실한 그가 벌어오는 월급으로 아이를 양육하며 살아갔을 것이다. 그런데 계나는 그 장면을 거부한다. 그리고 케이나가 되어 꿈같은 시간을 보낸다.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마음은 새로웠다.
이젠 헬조선을 언급하는 횟수가 많이 줄어든 나는 일종의 타협속에서 안주하기 때문이었다. 십년전만해도 나 역시 계나처럼 탈출을 꿈꿨다. 그런데 나이들고 힘이 빠지니 그럴 여력도 없다.
대한민국에서 살아간다는 건 일종의 큰 특권이 되었다. 결국 못 버티는 자가 떠났기 때문이다. 떠난 자리에는 더 비위좋고 넉살좋고 멘탈강한 자들이 끼리끼리 모여 카르텔을 이루고 말았다. 연줄연줄이 촘촘히 연결되어 있어 말 한마디 잘못하면 어느새 왕따가 되기 쉬운 곳, 안세영 선수처럼 소신을 말하면 자칫 무덤을 파는 곳이 대한민국이다.
영화는 그렇다고 이렇다할 해답을 제시해 주지도 않는다. 그러니 '한국이 싫어서'떠난다는 지점까지는 충분히 공감이 되지만 '그래서 어떻게 됐어?'라는 물음에는 뭔가 미진한 느낌이 되어버린다.
소설에선 호주인데 영화에선 뉴질랜드. 혹자는 계나를 비판하기 쉬울 것이다. 배가 불렀네. 거봐 성공이 쉬워? 라며. 하지만 모두가 동의하는 OECD자살률 최고의 국가라는 오명, 일과 삶의 구분이 없는 K직장인, 유치원부터 시작되는 사교육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왜 침묵할까.
영화속에 등장하는 글로벌 스탠다드. 한국에서 목마른 점이다. 그 갈증을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일까. 그냥 배부르고 춥지않으면 그 외의 가치는 접어도 되는 걸까. 게다가 공정하지 않은 정치와 사법 현실에 더 이상 눈감아도 되는 것일까.
그러니 '한국이 싫다'라는 말을 내뱉은 한국인을 비난하기 전에 왜 그런 말이 나오는 환경이 되었는지를 우리가 숙고하지 않으면 우리는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질 지도 모른다.
물론 한국이 좋은 점 너무나도 많다. 외국인들이 한국의 부대찌개를 맛있게 먹는 영상을 보며 알수없는 자긍심을 느끼고, 한국 아파트 생활이 등따숩고 너무 편한 것임을 알기에 더욱 아쉽다. 자랑할 게 많은 만큼 내적으로도 더 성장하길 바란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