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18 : 옛날 코미디에서 교훈을 배우자
몇 년 전 태풍 마이삭이 올라온다는 뉴스에 초긴장했다. 제발 한반도를 비껴 났으면 좋겠는데 태풍 이름이 이게 좀 겁이 난다. 특히 마이삭.. 의 '삭'자만 들으면 삭풍이라는 단어가 떠올라 왠지 춥고 두려워진다.
게다가 옛날 코미디의 한 장면중 '동방삭'이라는 단어도 자연스레 떠오른다.
동방삭은 삼천갑자 즉 18만 년을 살았다는 중국의 인물이다.
70년대 동양방송에서 코미디 프로 중에 대박이 난 이 에피소드는 고 서영춘 씨와 고 임희춘 씨가 맡았다.
서대감(서영춘) 가문에 귀한 아들(임희춘)이 태어나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점쟁이에게 장수하는 이름을 지어달라고 한다. 그러자 점쟁이는 모든 장수의 표상을 이름 속에 모두 집어넣는다. 그러다 보니 이름이 너무 길어지고 말았다.
그 이름인 즉, 서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터 워리워리 세브리깡 무두셀라 구름이 허리케인에 담벼락 담벼락에 서생원 서생원에 고양이 고양이엔 바둑이 바둑이는 돌돌이
이렇게 점쟁이가 이름을 지어주면서 아들을 (물에) 빠뜨리면 죽는다고 경고를 한다. 이 경고를 서대감은 아들의 이름을 말할 때 한 글자라도 빠뜨리면 죽는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이름을 부를 때 중간에 한 글자도 빼지 않고 아들을 불렀다.
그러던 어느 날 서대감의 독자가 우물에 빠지자 기겁한 하인이 서대감에게 "마님!! 글쎄 서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터 워리워리 세브리깡 무두셀라 구름이 허리케인에 담벼락 담벼락에 서생원 서생원에 고양이 고양이엔 바둑이 바둑이는 돌돌이도련님이 우물에 빠졌어요!"라고 보고했고, 대감도 크게 놀라 "아니 우리 오대 독자서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터 워리워리 세브리깡 무두셀라 구름이 허리케인에 담벼락 담벼락에 서생원 서생원에 고양이 고양이엔 바둑이 바둑이는 돌돌이가 우물에 빠졌다고? 그럼 빨리 서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터 워리워리 세브리깡 무두셀라 구름이 허리케인에 담벼락 담벼락에 서생원 서생원에 고양이 고양이엔 바둑이 바둑이는 돌돌이를 구하러 가야지!"라며 이름을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불러대는 사이 이미 상황은 종료되었다.
그제야 서대감은 "아, 서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터 워리워리 세브리깡 무두셀라 구름이 허리케인에 담벼락 담벼락에 서생원 서생원에 고양이 고양이엔 바둑이 바둑이는 돌돌이의 이름의 글자가 아니라 아들을 물에다 빠뜨리지 말란 얘기였구나!"하고 깨닫는다.
근데 이 긴 이름을 부를 때 사람들이 함께 장단에 맞춰 춤을 추는 게 웃겼다. 당시로서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학생들이 이걸 줄줄이 외고 다녔다. 그래서 나도 기억한다.
마침 태풍 마이삭이 오니 태풍만 기다리기 전에 창문을 닫고, 주변에 위험한 물건이 없는지 정리하는 게 좋겠다. 그 거센 폭풍 허리케인도 막아내는 게 담벼락이고, 그 담벼락에 구멍 내는 게 쥐(서생원)이고 쥐 잡는 게 고양이고 고양이 잡는 게 바둑이 아닌가.
정신만 바짝 차리고 조심하면 산다. 태풍 마이삭에서 시작해서 70년대 코미디까지 소환하는 밤이다.
비실이 임희춘 씨와 살살이 서영춘 씨,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