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아톰바

대안 19 : 소중한 건 잃기 쉬우니 조심하라

by 블루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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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후반, 지금으로부터 아주 오래전 일이다. TV에서 신상품 "아톰바"광고가 나왔다. "우주소년 아톰"이라는 만화영화를 배경으로 만든 제품의 카피는 이런 거였다.


코주부 강박사는 군것질을 하려는 아톰을 말리며 "아톰아, 너는 아톰바를 먹어야 한다."라고 권한다. 아톰바는 지금으로 말하면 수제어묵바 정도되는 건데 당시 따끈따끈한 오뎅을 꼬치에 꽂아서 데워주는 건 파격적인 서비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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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영화의 조연인 강박사는 배트맨 시리즈에 나오는 알프레드(마이클 케인) 같은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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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를 볼 때마다 너무 먹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동전을 모아 사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20원인가 30원이었던 것 같다. 그냥 사달라고 졸랐으면 될 것을 왜 조용히 몰래 사 먹겠다고 생각했던 걸까.


아무튼 아톰바를 사 먹으러 컴컴한 밤에 혼자 집을 나와 동네 가게로 갔다. '아톰바 주세요' 했더니 가게 아저씨가 따뜻한 아톰바 하나를 꺼내 주셨다. 드디어 아톰바를 샀다는 그 기쁨과 설렘에 신나서 집으로 뛰어 왔다. 그리고 현관 앞에서 신발을 벗으며 아톰바를 쳐다보는 순간 '으악'하고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아톰바는 어디로 가고 나무꼬치만 손에 남아 있는 것이었다.


'분명히 아저씨가 꽂아주셨는데....' 나는 다시 오던 길을 되돌아가면서 어디서 떨어졌나 살펴보려 했지만 너무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다. 전력이 충분하지 못했던 시절이라 가게와 우리 집 사이에는 외등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거의 울먹이며 집으로 돌아왔다. 터벅터벅. 그리고 억울해서 잠이 오지 않았고 그 누구에게도 그 말을 하지 못한 채(혼자 먹으려 했던 게 탄로 나니까) 잠이 들었다.


다음 날은 일요일이었다. 아침 일찍 눈을 뜬 나는 다시 집을 나와 '600만 불의 사나이'의 눈으로 흙바닥을 향해 초점을 맞췄다. 정확히 가게와 집 중간에 아톰바가 죽은 물고기처럼 떨어져 있었다. 이미 흙이 충분히 묻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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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서러웠으면 45여 년이 지난 지금도 또렷이 기억이 나는 나의 아톰바 이야기. 그리고 그다음에 다시 사 먹었는지는 아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첫 실패의 기억은 보상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나무에 꽂힌 어묵만 보면 아톰바가 연상된다. 그리고 아톰의 주제가를 생각하면 아톰바가 생각나서 더 서글퍼진다.


푸른 하늘 저 멀리
라라라 힘차게 날으는
우주소년 아톰
용감히 싸워라
언제나 즐거웁게
라라라 힘차게 날으는
우주소년 아톰

우주소년 아~톰


우주소년 아톰은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에 일본에서 수입, TV만화영화로 큰 인기를 모았다. 당시 흑백티브이였으니 이런 기억으로 남는다. 아톰의 신발이 붉은 색인 건 먼 훗날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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