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17 : 나이들면 반드시 메모하라
고등학교 때 별명이 슈퍼메모리였다.
기억력 하나는 탁월해서였다.
지금도 중2 때 출석부를 외운다.
왜냐하면 매일 선생님들이 불러서 저절로 암기됐다.
1번 한태*
2번 박광*
3번 김우*
4번 김석* (이 친구는 나하고 싸웠던 친구다)
5번 양동*
....
70번 오덕*
대부분은 한글의 *. bak파일 같은 임시저장 파일로 백업하지 말고 주기적으로 지워줘야 하는데 뇌 속에 다 저장해 두다 보니 가끔씩 튀어나온다.
오늘 아침 운동하고 나오는데 난데없는 구성진 멜로디를 흥얼거린다.
내가 부르고도 황당해서 실소가 터졌다.
그 노래는 라디오와 티브이에서 무의식 속에 저장된 CM송.
"코코코 코지마 코지마 안마의자.."
장윤정 씨의 구성진 노래가 내 입에서 흘러나오다니..
그리고 운전을 하는데 앞 차의 번호판 네 자리가 눈에 들어온다.
6043... 갑자기 1979년 우리 동네 중국집 안동장이 생각났다.
"388-6043" 안동장 전화번호다.
주문할 때 안동장과 해동각(6885) 사이에서 고민했던 기억도 난다.
슈퍼메모리에 아직 남아있는 백업파일들이 많다.
좍 밀어버려야 하는데 가끔씩 갑툭튀 한다.
그런 게 꽉 차 있어 새로운 기억이 들어갈 자리가 없는가 보다.
요즘엔 흔한 배우들 이름이 갑자기 생각나지 않아 멘붕이 온다.
미치도록 기억이 안나는 배우가 있어서 아예 핸드폰에 적어놨다.
"워렌 비티..."
그 밖에도 기억 안 나는 게 차고 넘친다.
슈퍼메모리는 이제 망가졌나 보다.
수첩을 들고 다니며 메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