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16 : 경험에서 우러나온 충고를 기억하자
오랜 시간 직장동료로 일하다 보면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지만
의외로 기억에 남는 대화는 별로 생각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사건을 계기로 연상되는 기억은 꽤 오래간다.
7년 전 탕비실에 커피믹스 대신 카누가 등장했다.
당시 카누를 작은 종이컵에 풀어 마셨는데,
너무 강하고 맛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K선배가 카누를 집어 들기에
"너무 쓰고 맛없지 않아요?"라고 물었다.
K선배는 딱 한마디 해 주었다.
"물을 큰 컵에 많이 넣으세요. 그럼 괜찮아요."
그때부터 텀블러에 가득 물을 붓고 카누하나를 넣는다. 그러면 오전 내내 홀짝홀짝 마시기에 좋았다.
그 후로 카누를 볼 때마다 K선배의 물을 많이 넣으라는 말이 떠올라 혼자 웃곤 한다.
다른 중요한 업무이야기도 많았을 텐데 하나도 기억나지 않고 카누에 물 많이 넣으란 말만 생각나니까.
3년 전 떠난 N은 우리 팀에서 5년간 함께 일했다.
발랄하고 늘 웃는 그녀는 분위기 메이커.
분위기가 다운되면 팀원들을 소집해서 단골 치킨집으로 끌고 간다.
그가 치킨집주인과도 엄청 친하다 보니 후라이드를 한 네댓 마리 해치운 후, 주인장 특선 북어라면을 먹을 수 있었다. 당시 다이어트를 했던 때여서 그 치킨집에서 먹다가 걱정을 했다.
와, 이렇게 먹으면 또 체중이 불겠다.
그때 N은 굉장히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걱정 마세요. 많이 먹으면 다음날 많이 나오잖아요.
그 후로 많이 먹은 다음 날 화장실에 앉으면
늘 그녀의 명언이 떠오른다.
"많이 먹으면 많이 나오잖아요."
그리고 혼자 낄낄댄다.
'진짜 그 말이 맞네...'
5년간 함께 일했던 내용은 어느새 까맣게 잊어버렸는데 “많이 먹으면 많이..."
이거만 기억난다.
얼마 전 N을 만나서 기억나는 너의 명언이 있다고 얘기했더니 좋다고 웃는다.
사람을 떠오르게 만드는 말은 의외의 수다에서 비롯된다.
그 명언을 붙잡고 오늘도 카누를 마시고 내일은 과식을 맘 편히 할 수 있다는 것.
경험에서 나온 조언은 대부분 정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