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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죠의 삶 Dec 29. 2023

사랑이 전부인 거야.

27살을 맞이하는 마음가짐

   오후 1시. 떨리는 마음으로 창을 열어 내 수험번호를 입력했다. 결과는 탈락이었다. 엄마와 나들이 장소를 고민하며 붕 뜬 마음이 순식간에 내려앉았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렇지 않은 척 마음을 다잡아 봤지만 어느새 눈가에는 물이 고였다. 나의 기분을 알아차린 것인지 조카가 다가와 "이모? 왜 그래? 나랑 놀자. 이모 무슨 고양이 할 거야?" 하며 내 얼굴을 살피고 끊임없이 말을 걸어왔다. 평소 같았으면 그 작고 따뜻한 마음에 위로를 얻었겠지만, 오늘은 그럴 수 없었다. 나 자신에 대한 실망이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컸다.   


   그렇게 우울한 마음으로 누워있다가 유명인의 사망 기사를 접했다. 순간 내가 갖고 있던 감정들이 우습게 느껴졌다. 애도를 표하며 생각했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사람을 괴롭게 하는 것을 무엇일까. 며칠 전 도서관에서 빌린 '사랑하지 않으면 아프다'라는 책이 생각났다. 처음에는 사랑에 대한 감성 에세이인 줄 알았는데 뇌과학적 측면으로 사랑의 부재를 다룬 책이었다. 단편적으로 보면 모두가 알 법한 내용이었지만, 책은 삶을 대하는 태도를 다듬어주었다.     


   의학과 문명이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현대 사람들은 마음의 병을 쉽게 앓는다. 이 책에서는 그 원인이 '사랑의 부재'라고 설명한다. 사랑이 없는 마음은 우리 안에 '자가 치유 과정'을 억제하게끔 만든다. 사람들은 사랑 없는 태도에 익숙해지고 다른 사람의 기대와 기준에 맞춰 살아가기 위해 자신을 조각한다. 나의 신체와 내면의 욕구를 외면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뇌의 불안과 신체 기관의 불균형으로 이어진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은 물론이고 지구상의 다른 생명체도 사랑하지 않는다. 그러한 세상이 우리를 점점 외롭게 만들고 육체와 정신까지 허약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기존의 굴레에서 자신을 해방시키는 것이다. 그 굴레야말로 우리를 병들게 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우리를 병들게 하는 것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으로 착각하고, 그것을 인지하지조차 못한다. 그래서 저자인 게랄트 휘터는 존재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회복할 것을 주문한다. 그것이 우리 인간의 본성이며, 그 본성을 회복해야만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유지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내가 최근에 괴로움을 느낀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시험 실패', 'SNS 속 타인의 행복한 삶', '이해할 수 없는 타인의 행동' 등이 떠올랐다. 이유들을 적어놓고 바라보니 한 없이 초라하고 창피했다. 평소에 타인에게 관용을 베풀자고 다짐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내가 조금만 여유가 없어지면 이토록 보잘것없는 마음이 튀어나오다니. 멋진 어른이 되기엔 아직 멀었다고 생각했다. 결국 모든 것은 내가 '나'를 온전히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비롯되었다. 시험에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한 나의 무능이 밉고, 남들보다 뒤처진 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고, 타인에게 너그러워질 수 없는 내 마음이 싫은 거다. 그러니 나를 사랑하면 나를 괴롭히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친구가 인상 깊었다며 이옥섭의 감독의 말을 내게 전했다. "누가 너무 미우면 그냥 사랑해 버려. 그러면 그 사람이 더 이상 밉지 않고 귀여워 보인대" 그 말을 듣고 처음엔 '어떻게 가능할까? 미운 건 그냥 미운 건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책을 읽고 나의 못난 모습도 감싸 안아주고 사랑하다 보면 결국 존재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자유롭고 따뜻한 '나'는 얼마든지 타인도 사랑할 수 있다.


   그러니 모든 것을, 전부, 다 사랑해 버려야겠다. 새로 산 2024년 다이어리에는 목표와 함께 이렇게 적어놓았다. '사랑이 전부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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