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머무르는 게 사랑이다

치유의 글쓰기

곁에 머무르는 게 사랑이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아픔이 느껴질 때마다 곁을 떠난다면 그건 사랑이라고 부를 수 없다. 자신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사랑은 말만으로 할 수 없다. 어떠한 감정에도 불구하고 자기 안에 머무르는 게 사랑이다. 논리적 사고를 통한 추론이나 분석 없이 무지와 함께 느낌에 집중하는 게 사랑이다. 이유를 찾는 건 느끼지 않으려는 하나의 저항이다. 이유를 찾아 제거하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 찾기를 멈추고 감정들의 곁에 있는 그대로 머무를 때 치유가 일어난다. 또한 자신의 어떤 진실을 발견하더라도 이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판단은 이해와 연민, 자비가 들어설 틈을 단번에 틀어막는다. 섣불리 판단하기에 우리는 자기 자신에 대해 모르는 게 아주 많다. 판단하기에 이르지 않은 순간은 없다. 그러니 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고 무지와 함께 곁에 머무르는 게 사랑이다.

깊은 사색은 이 지점에서 일어난다. 사색은 머리가 아닌 가슴에서 일어나는 지적 활동이다. 무지와 함께 질문 속에 머무르며 온몸 세포 하나하나를 동원하여 느낌에 집중할 때 답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물음표 속에 마침표가 있듯이 질문 속에는 반드시 답이 있다. 그러나 질문을 떠나 답을 기웃거리면 답을 찾을 수 없다. 답을 구하는 자는 계속 답을 구하게 될 것이다. 답을 구하지 않는 자는 이미 답과 함께 머물러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