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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구리 Dec 16. 2023

방구석 한량의 철학가 다 된 썰

'나'의 내면 행복이 최우선이라는 걸 깨닫고부터 갑자기 글을 쓸 수가 없었다. 마음이 행복해지니 미간을 찌푸리며 글을 쓸 생각이 없어졌다. 글쓰기의 당연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되긴 하지만 행복을 찾는 초심자는 글을 쓸 때마다 그 당시 감정으로 돌아가곤 했기 때문에 글을 쓰지 못한 것 같다. 다른 주제의 글을 시작할까도 했지만 아직 찾지 못했다.


화, 목의 연재도 무시하고 수, 금의 글쓰기 파이팅 알람도 무시해 버렸다. 요즘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이거 했다 저거 했다 하고 내 속에서도 많은 변화들이 생기는 것 같다. 


원래 모임을 즐겨하지 않았기에 퇴사 후에는 더욱더 모임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니 가끔은 만날 수 있겠다 생각하고 퇴사 후 처음으로 전 직장 동료들을 만났다. 동료들은 나를 보며 퇴사직전 어둡고 말수 없는 모습보다 많이 좋아 보여 다행이라고 했다.


직장동료들은 여전했다. 여전히 바쁘고 민원손님에 진땀을 흘리고 대기손님에 치이고... 그런 환경에 힘들어하며 맥주 한잔을 마시고 털어놓고 싶어 했다. 불만보단 긍정이 먼저라는 걸 아는 나지만 그날은 공감모드로 돌아서며 웃고 떠들었다. 그렇게 회사이야기를 실컷 하다 갑자기 사적인 이야기로 돌아섰다. 


한 명은 아주아주 나쁜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공백기 간 없이 약간 나빠 보이는 남자를 바로 만나는 중이라고 했다.


나는 생각했다.


'아 저러면 안 되는데... 또 같은 실수의 반복이잖아? 내가 먼저 여유를 가지고 좋은 사람이 돼야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데...'


한 명은 여전히 남편과 자주 싸운다고 했다.


'아 저러면 안 되는데... 부정적인걸 캐서 걸고 넘어가지 말고 그 사람의 좋은 면을 보고 같이 이겨내야 하는데...'


마음의 소리는 결국 입 밖으로 나와 그들에게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언니, 그렇게 바로 다른 남자 만나야 했어? 나쁜 남자 재미로 만나고 있다며? 재미가 아니고 마음이 갔을걸? 외롭더라도 몇 개월 정도는 자신에게 집중하고 내면의 행복을 찾은 다음 사람을 만나는 게 어때?"


"남편분이랑 그만 싸우고 잘해드려. 싸움은 내 안에서 불만을 가져야 나오는 거야. 소리 지고 싸우면 아이도 슬프지 않을까? 서로 이해하며 살아야지."


"...너 책 많이 봤지?" (잔소리하는 날 공격 한 것 같다)


"어... 많이 봤지. 어떤 상황이던지 내가 행복해야 모든 게 행복해지는 거야."


"어떻게 내면의 평화를 얻는지 나도 좀 알려줘라."


"음... 언니는 엄청 바쁘잖아.... 나도 그랬으면 못했어... 시간적 여유가 기본인 거 같아..."


요즘 이른바 갓생을 산다는 초부지런한 직장인이 아니라면 내면의 평화를 챙길 여유는 없겠다 싶었다. 그리고 자신의 행복은 타인이 알려 줄 수가 없다. 내 안에서 찾아야 한다. 


나도 이전까지 아무 생각 없이 바쁘게 살았다. 내 인생에 대한 진지한 생각을 한 적이 인생을 통틀어 한 시간도 되지 않을 거다. 남들 하는 대로 사는 건 그런 사람들이 많아 그렇다 치지만 행복하지 못한 나 자신의 문제를 타인의 행복을 바라보며 답을 찾으려 했다.


외동딸이 4살일 때 둘째 고민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나도 확신이 없고 남편도 확신이 없었다. 그러다 내가 둘째를 결심했을 때 남편은 손에 진땀까지 흘리며 자신이 없다고 고백했다. 그 당시 남편에게 실망했던 나는 다른 가족들을 보며 생각에 빠졌다. 


'둘이 있는 집은 자매끼리 잘 놀겠네. 좋겠다. 나는 맨날 아이랑 놀아줘야 하는데...'


'아이가 셋이나 있다고? 대단하시다... 근데 집에 되게 복작복작하고 좋겠다... 셋이나 있는데 안 힘들어 보이네.'


아이들이 많은 집을 보고 그들의 행복을 관찰하며 그냥 따라 하고 싶었다. 지금은 안다. 나는 그들이 아니기에 그들을 따라 한다고 해서 내가 행복해지는 게 아니다. 


남편이 요즘 평온해 보이는 나를 보고 말을 했다.


"당신이랑 나랑 6개월씩 인생을 바꾸는 건 어때?"


"그럼 당신 회사 망할걸?"


"그런가 하하."


"그리고 잘 들어봐. 당신이 내가 돼서 6개월 논다고 행복해 질까? 나의 행복은 나만이 찾을 수 있어. 바쁘더라도 잠깐의 여유를 가지고 내 안의 평화와 행복을 찾아봐."


... 방구석 철학가가 된 요즘이다... 이 글 읽은 여러분,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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