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15일 아침이었다.
나는 생각에 잠긴 채 마을 근처 지렁산을 오르고 있었다.
소나무 향기가 바람에 날려 코끝을 스쳐 지나갔다.
나무 사이로 아침 햇살이 광선처럼 쏟아졌다.
길과 길이 만나 한 길이 되었을 때, 어딘가에서 휘파람 부는 것 같은 새소리가 들렸다.
청아하고 아름다웠다.
내가 이곳 행신동 햇빛마을에 살며 수 없이 산을 오르고 내리는 동안,
한 번도 듣지 못한 소리였다.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주위를 살폈다. 숲 속 나무 꼭대기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나는 숲으로 들어 가 새가 있을 것 같은 참나무 아래에 서서 나무 위를 주의 깊게 살폈다.
줄기와 가지, 잎과 잎에 가려져 새는 보이지 않았다. 새는 가끔씩 휘파람 소리를 냈다.
사이사이로 참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렸다. 새들의 소리는 화음 되어 한 편의 교향곡 같이 울렸다.
나는 새소리를 녹음하고 싶었다. 스마트폰이 없었다. 나는 스마트폰을 가지러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능선을 타고 산을 내려올 때, 산 밑 도로에서조차도 그 새소리가 들렸다.
내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그 자리에 섰을 때, 새는 더 이상 소리를 내지 않았다.
나는 30분 동안 기다리다 돌아왔다.
그날 내내 새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다음 날, 나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같은 길을 따라 올라갔다. 어제 새소리를 들었던 자리에 서서 한 참을 기다렸다. 새는 소리를 내지 않았다. 나는 산책하고 돌아왔다.
삼 일째 되는 날 아침, 나는 스마트폰을 든 채 그 장소에서 새소리를 기다렸다. 새는 소리를 내지 않았다.
새소리를 듣지 못하는 날이 쌓여 갈수록 조금씩 기대하는 마음도 줄어들었다.
6월 20일, 새벽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날 나는 혹시 하는 기대로 산을 올라가고 있었다. 능선을 타고 올라가는데, 앞쪽 어디에선가 새소리가 들렸다. 내가 기다리던 바로 그 새. 길에서 반가운 친구를 만나는 것 같았다. 나는 새가 있을 것 같은 나무 밑으로 가서 하늘을 쳐다보았다. 새는 길쭉한 가지에 앉아 앞을 보고 있었다. 나는 스마트폰 사진 앱을 열어 새의 위치를 찾으며 초점을 맞추었다. 찍으려는 순간 새는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 "혹시?",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조금 뒤, 새소리가 근처에서 들렸다. 나는 그곳으로 달려갔다. 나는 초점을 잡고 새를 찍고, 새소리를 녹음했다. 기뻤다.
나는 새 이름이 궁금했다. 나는 유튜브에서 새소리를 검색했다. <한국의 새소리 25종 모음>, <한국의 새소리 35종 모음> 등 새소리를 소개하는 사이트들이 있었다. 나는 어느 사이트를 열어 귀 기울어 들었다. 어느 순간, 내가 들었던 새소리가 들렸다. 팔색조였다. 반가웠다.
며칠간 나는 산에서, 아파트 거실에서, 또 도서관에 갈 때 팔색조 소리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