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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츠 Dec 23. 2023

퇴사 후, 깨달음과 재취업까지


회사와 직무에 대한 회의감과 여러 번 이직 시도로 인한 번아웃으로 퇴사를 결정했다. 퇴사 통보 후에야 미래의 계획에 대해 고민을 시작한 즉흥적이고 무모한 결정이었다. 상사들의 수차례 면담과 만류에도 나는 빠르게 퇴사를 진행했고 그렇게 한 달 후 퇴사했다.


퇴사를 결정한 후 3가지 정도의 플랜을 생각했고 약 5개월 간 실행하며 생각이 달라진 부분이 있다. 현재 나는 재취업 예정이고 중요한 면접 일정은 대부분 통과한 상태라 처우 협의 등을 마치고 아마도 1월부터 다시 직장인이 된다. 작은 인사이트지만 누군가에는 도움이 되기 바란다.




-플랜 A: 기존에 부업으로 진행하던 온라인 셀링을 전업으로 진행한다.


과거: 나는 대학 시절부터 온라인 시장에서 먹이를 찾아 기웃거리는 까마귀 같은 사람이었고 시기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다양한 온라인 판매 방식으로 꾸준히 월평균 20~50만 원 수준의 부수입을 창출해내고 있었다. 회사에서 일하던 시간 이상으로 인풋을 넣는다면 당장 월급 수준의 수익은 아니더라도 최소 생계비 정도는 벌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본업으로 온라인셀링을 하기로 결심했다.


현재: 우선, 내 의지는 생각처럼 강하지 않았다. 똑같은 시간에 책상에 앉는 것, 중간중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업무에 집중하는 것, 졸음과의 싸움, 집이라는 공간에서 오는 이완 등. 누구도 내게 간섭하지 않고 방해하지 않지만, 아무런 강제적인 장치 없이 스스로 모든 걸 통제하고 루틴화 시켜야 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나는 해외구매대행을 메인으로 진행했고, 서브로 1개 품목을 사입해서 진행했다. 흔히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드라마틱한 매출은 아니었지만, 부업으로 진행했을 시 보다 제법 매출의 성장은 있었다. 하루에 10시간 이상 평일과 주말의 구분 없이 책상에 앉아서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으면 참 생각이 많이 든다. 5시간은 딴짓하며 앉아 있는 날도 많았다.


구매대행을 경험한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인데, 구매대행도 국가별, 업로드방식 등에 따라 판매방식을 구분할 수 있는데, 내가 진행하는 방법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시작한다. "요즘엔 A가 좋다더라. 아니다 B가 좋다더라. C가 좋다더라." 등 중심을 잡고 진행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접근성이 좋은 부업을 진행하면서 "이거, 저거"에 대해 갈팡질팡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나는 개인적으로는 명확한 결론을 내렸다. 


앞으로 변화는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여전히 구매대행으로 월 50만 원 정도 수익은 쉽게 만들 수 있다. 비용을 좀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면 그 이상의 매출도 아직까진 수월하다. 전업은 조금 다른 영역의 일이고, 부업은 한 가지를 결정했으면 지독하게 물고 늘어져야 한다. 개인적으로 저자본으로 진행하는 부업이라면 최소 6개월~1년은 꾸준하게 해 보시기를 권한다. 물론 무지성으로 하시면 안 된다. 회사에서도 열심히도 좋지만 "잘하는"게 중요한 포인트 아닌가.


나는 이제 요령을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럼에도 재취업을 진행한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와 워라밸이 유지된다면 직장 다니면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온라인 셀링으로 수익을 발생시키고 있고 성장하는 추세지만, 내 고정비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그리고 해외구매대행은 정산 주기가 긴 편이라 흔히 말하는 돈맥경화가 발생한다.(온라인 셀링 관련하여 자세한 이야기는 별도로 연재할 예정이다.) 내 대부분의 현금은 거주 중인 집의 보증금으로 들어가 있는 상황이라 통장 잔고를 계속 깎아 먹고 있는 상황이다.




-플랜 B: 추후 경제적으로 어려워져 다시 재취업을 하더라도 같은 직무로 일하지 않겠다.


과거: 회사 자체의 문제보다는 이 직무와 내가 핏 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직장에 다니면 일반적으로 그곳에서 하루에 1/3 이상 시간을 보낸다. 퇴근 후에도 밀려오는 업무적 고민이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시간을 더하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나의 직무적 특성에서 오는 대부분 스트레스는 누군가에는 무던하게 지나갈 수 있는 업무였다. 나는 성격상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야만 했고, 부정적인 사이클은 반복됐다. 근로자로 일하더라도 나에게 보다 맞는 직무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현재: 플랜 A의 현재 생각에 적은 이유들로 재취업을 결정한 후, 나는 이전 경력을 어느 정도 살릴 수 있는 다른 직무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2가지의 문제가 있었다. 하나는 정말 큰 문제인데, 다른 산업군과 다른 직무에 대한 이해도가 없어서 어떤 회사가 괜찮은 회사인지를 알 수 없었다. 생각보다 다른 직무를 원한다는 말은 너무 막연한 말이었다. 두 번째는 내가 생각해도 그들이 경력이 전무한 나에게 직전 연봉이나 그 이상의 연봉을 줄 이유가 없었다. 여기서 합리화를 시작했는데, 어차피 약 1-2년 간 재정적 안정을 위해 재취업을 하는 것이니까, 기존 직무로 워라밸이 어느 정도 확보되는 기업에 입사하는 게 베스트라고 생각했다.




-플랜 C: 기존 산업군과 직무에서는 수요가 있는 연차이니 재취업을 할 수 있다.


과거: 기존 대비 상향은 어렵겠지만, 비슷한 급의 회사의 재취업은 자신 있었다. 이전 글에 작성한 것처럼 나름 업계 인프라도 가지고 있었고 한창 실무 볼 5년 차는 수요가 많은 법이니까. 그럼에도 제일 선택하고 싶지 않은 플랜이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호기롭게 퇴사했던 스스로에게 내가 내린 결정에 대한 배신 같았다.


현재: 플랜 B의 현재 생각에 적은 것처럼 직무 변경은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신입 초임 연봉을 받으면서 일할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직무 변경에 괜찮은 연봉은 이상적인 생각이었다. 빈 노트를 펼쳐 놓고 재취업을 하려는 이유에 더해 적기 시작했고 답은 간단하게 나왔다. (나는 생각이 많아질 때면 손으로 글을 적으며 생각을 정리한다. 굉장히 아날로그적인 방법인데, 적고 나면 3자의 시선으로 문제를 볼 수 있다. 아직까지 이것보다 좋은 방법은 찾지 못했다.)


재취업의 이유는 딱 1가지 경제적인 부족함이었다. 또한, 온라인 셀링과 브런치, 유튜브 등을 운영하기 위한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추가로 원하는 부분은 워라밸이었다. 적당한 급여와 보장된 워라밸. 두 가지만 충족되면 됐다. 이전처럼 커리어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안정적인 수입을 위한 직장을 찾는 것뿐이니까.




이번 재취업도 역시 선배들의 도움으로 두 군데에서 면접을 볼 수 있었다. A는 중견기업이고, B는 대기업 계열사다.


A기업은 업계 평가로는 커리어 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운 기업이다. 다만, 직원 처우를 수년 동안 높은 궤도로 올려놓았고, 이를 반영하듯 업계 지인들도 해당 기업으로 많이 이직했다. 대기업 계열사들을 포함해도 상위권인 급여테이블과 현금성 복지가 많고, 워라밸이 좋기로 유명하다. 현재 내가 찾는 기업에 가까웠다. 좋은 연봉과 워라밸. 글 서두에 작성한 것처럼 주요 전형은 이미 통과한 상태라 처우 협의 등을 마치고 1월부터 일을 하게 될 것 같다.


B기업은 업무적으로는 경험해보고 싶은 기업이긴 한데, 업무 강도도 높고 경력직 같은 경우에는 처우가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워라밸이 좋지 않아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 작성한 글에 업계 TOP3안에 들어가는 C기업으로 작성한 기업이다. 기존에 지원했던 팀은 아니고 타 팀으로 지원했다. 전형이 진행 중이긴 한데, A기업에 입사 예정이다.


정답은 없다. 인생은 상황과 시기에 따른 선택의 연속이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 현재 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을 하고 선택할 뿐이다. 내 필명이 김다츠인 이유는 이제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거론해 진부하지만, 내가 "스티브잡스의 Conneting the dots"를 인생의 모토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무의미한 경험은 없다. 내가 한 선택과 경험은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tvSuTy349Jg&t=198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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