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폭이 넓어지는 시간
누워서 작은 상자를 통해 세상 속에 많은 이야기를 보다 문득 외로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놀라웠다. 스스로에게. 왜냐하면 일생에 외로움이란 감성을 모르고 살았을 정도로 북적북적한 가족들과 적당한 친구들 속에 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고 믿고 살아왔던 사람이 새로운 자신의 모습에 놀라웠다.
남의 사랑에 관심을 갖다가 나의 사랑에 대해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그 사랑을 확인할 방법이 아직은 없다. 연인이 생길 만큼의 노력을 하지도 않고 현재 상황이 여의치도 않기에. 사랑은 당분간은 확인할 길이 없다.
외로움에 다양한 이야기를 보고 그 속에 빠져 살다 현실에 돌아오면 왠지 모른 씁쓸함에 눈물이 살짝 맺혔다. 왜 그들처럼 사랑을 말할 주제가 찾아오지 않을까. 왜 그 사랑을 할 기회에 나는 사랑에 무심했나란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러다 나에게도 있었던 찰나 같은 사랑에 대해서 잠시 음미해 본다. 그 사람이 찾아온 건 혼자 강의를 듣던 대학생 시절의 어느 한 날이었다. 흐릿한 계절에 그늘진 강의실에 홀로 앉아 있었다. 같이 있던 단짝이 없자, 호기심에 다가왔던 것 같다. 그 사람이.
그 사람에게 호감까지는 아니지만 친구와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기에 좋은 사람이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웃는 게 예쁜 그 사람은 자연스럽게 내게 말을 걸었다. 쑥스러움에 말을 어버버 했던 기억이 난다. 작은 과자를 챙겨주었는데, 뭔가 친해지고 싶은 건가? 란 생각을 하면서도 나도 수일이 지난 후에 작은 과자를 챙겨주었다. 그 사람은 아마 친절을 베푼 것이겠지만, 어린 나에게는 약간의 두근거림으로 찾아왔다.
사실 그러고 이야기의 진전이 있었다면 좋겠지만, 친구를 통해서 같이 한번 술을 먹고는 접점이 사라졌다. 아마 거기까지의 연이었던 것이겠지.
세월이 많이 지난 지금 그 시절에 그 사람이 아닌 그 사람에게 호감을 품었던 시절이 생각이 난다. 사실 그 사람의 얼굴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만큼 접점이 없었던 단순한 사건이다. 그런데 처음으로 이성에게 호감을 느낀 어린 시절의 나는 표현할 줄 몰라, 그 인연을 잡지 못했다. 간질간질했던 것 같다. 그 사람을 보면서 동경의 감정을 느꼈던 것 같기도 하고. 지금의 생각으로는 사랑보다는 동경인듯하다. 자신에게 없는 밝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서.
그냥 시간이 지나 외로움을 느끼고 나니 사랑이란 감정이 인간에게 왜 필요한지를 깨닫게 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처음 호감을 떠올린 이성에 대한 생각이 났다. 그리고 그 세월을 지나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고 불리는 이유에 대해서 어렴풋이 이해가 되는 나이가 된듯하다.
외로움이란 감정을 처음 느끼고 나서 왠지 모를 설레는 감정이 들었다. 또 무슨 원동력이 생기려 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 원동력으로 무엇을 쓰고 성장하게 될까란 생각이 들어서 설레는 감정이 찾아왔나 보다.
알지 못하는 감정에 대해서 알아가는 것이 좋다.
감정의 폭이 넓어지는 구나라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