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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연 Nov 05. 2024

제약없이 즐겁고 재밌는 일

: J에게

J에게     



 언젠가 방황하는 내게 그런 질문을 하신 적이 있었지요.     



 ‘그래서, 정말로 네가 하고 싶은 일이 뭔데?’     



 그 말에 나는 언제나 답이 정해져 있었으니 오래 고민할 이유는 없었어요. 내가 항상 즐길 수 있는 일이라면 한 가지밖에 없거든요. 그건 나의 오랜 꿈이었고, 나를 오래 지켜봐 온 당신도 어렴풋이 짐작은 했을 거에요.     


 사람들은 가끔 그런 질문을 하잖아요. 스스로에게 가장 설레는 일이 뭐냐고. 지금 내가 가슴 뛰는 일을 하라고. 난 지금껏 그 말들을 외면해야만 했어요. 그게 뭔지는 너무 분명한데, 이미 내가 걷고 있는 길은 전혀 다른 길이었으니까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선명하게 느끼면 느낄수록 내 마음만 더 괴로울 뿐이었어요.     




 매월 신년마다 신문들을 살피며 마음이 설렜고, 또 괴로웠어요. 그날은 모든 신문사마다 신춘문예 결과가 지면에 실리는 날이었거든요. 원고조차 보내지 못하는 주제에 올해는 어떤 작품이 실렸을까 두근두근 기대됐어요. 어떤 날은 언젠가 나도 투고를 하는 상상을 하다가도,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머리속을 휘휘 지워버리던 나날들. 결국 난 그 마음을 잊지 못해 이렇게 글을 쓰고 있네요. 글을 쓴다는 것은 제게 유일하게 그 어떤 조건도 붙지 않는 즐거운 일이라는 사실도 변함이 없어요.     



 그럼에도 현실의 벽은 언제나 높은 법이라, 내 진심을 마주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어요. 어릴 때는 그저 좋아하기만 해도 됐었는데, 어느새 나도 현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나이가 되었네요. 좋아하는 일로 밥 먹고 살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요. 어쩌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탓일 수도 있겠지요. 깊이 좋아하지만, 내 현실로 끌어올리기까지는 참 많이도 두려웠습니다.     



 그리고, 비로소 당신이 내게 그 물음을 던졌을 때 난 오래된 욕심을 내려놓게 되었지요.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을 버리고, 이제서야 내가 원하던 삶을 살고 있어요. 물론 내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난 더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이렇게 틈날 때마다 글 쓰며 사는 삶이 나는 그저 재밌기만 합니다. 그러니 제약 없이 즐겁고 행복한 일이 아니겠어요? 조금 바빠 여유가 없는 건, 음. 제가 조금 더 열심히 살아보지요, 뭐. 제가 너무 바빠 안쓰럽게 보지는 말아주세요.


 난 지금 아주 행복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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