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에게
C에게
이렇게 떠나오니 정말로 우린 제대로 연결되어 있는 게 하나도 없었네요. 이렇게 허무하게 끊어질 연락이었다니요. 그렇다고 지나온 인연의 무게가 가볍다거나 깊이가 없었다는 건 아니지만, 그에 비해 이별이 너무 단순하고 명료해서 허무하다는 말이에요. 깊은 이 새벽, 난 우연히 당신을 떠올리는데 당신은 어떤 나날을 보내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지네요.
오래전 당신을 처음 만났을 적에, 당신이 내게 했던 질문을 기억해요. 시간이 지나 지금에 다다랐을 때 어떤 말을 듣고 싶으냐고 물었죠. 좋아하는 말들은 무수히 많으나, 어떤 말을 듣고 싶은지를 생각해 본 일은 처음이라서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사랑한다고? 아니에요, 그건 너무 입에 발린 말 같았어요. 수고했다고? 난 서로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지 내 고단함에 대해 돌이켜 보고 싶진 않았어요. 그렇다면 난 과연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걸까요. 어떤 말을 들어야 내 마음 저 깊은 바닥까지 닿을 수 있을까요.
그러다 생각난 말이 하나 있었지요. 난 내게 보고 싶었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했어요. 생각 끝에 ‘그렇구나, 내가 그 말이 듣고 싶었구나’ 할 때까진 그럭저럭 괜찮았어요. 그런데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갑자기 목이 메 말이 나오지 않지 뭐예요. 저조차도 당황스러우리만큼 감정이 치밀어 올라와서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어요. 어쩌면 내겐 생각보다 더 깊이 바라고 있던 말이었나 봐요. 결국 지금의 나는 아직 그 말을 듣지 못했지만요.
보고 싶었다는 그 말에는 그동안이라는 단어가 생략되어있잖아요. 그 긴긴 시간 동안 나를 가끔은 떠올려줬다는 말이고, 그리워해 줬다는 그 마음이 좋았고, 부족한 나를 기다려줬다는 사실이 고맙고, 그런 인연이 여전히 내 곁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웠어요. 그런 인연이 지금의 내게도 존재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듣고 싶었던 말이었거든요.
이 순간의 내게는 귀한 인연이 참 많아요. 여전히 내 생은 많은 이들에게 빚을 지며 살아가는 생이라서, 난 얼마나 많은 것들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지 몰라요. 그런 점에서 늘 잊지 않고 감사를 새기며 살아가고는 있지만, 내가 등지고 숨어 있는 벽을 크게 무너뜨릴 만큼 큰 울림을 가진 인연이 지금 나에게 남아있는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네요. 그래서 난 아직 그 말이 참 고프다고나 할까요.
얘기하고 보니 새삼 이 말을 이제라도 누구에게라도 듣고 싶어요. 그리움과 간절함이 가득한 새벽입니다. 당신의 시간에는 그리움보단 충만함이 가득하길 바라요. 이젠 ‘보고 싶었어’가 아닌 ‘보고 싶어’인 당신. 잘 지내길 바랍니다. 그동안 많이 고마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