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에게
K에게
너도 어느새 성인이라는 문턱 바로 앞에 섰구나. 아니 이미 법적인 기준으로는 성인이려나. 너는 네가 이미 성인이라며 가끔 나의 오구구에 어처구니없어하지만, 어쩌겠어. 지나고 보니 그때도 세상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는 걸 이제는 알거든. 그러니 또 시간이 지나면 지금, 이 순간마저도 나는 여전히 부족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테고, 그건 너도 다르지 않겠지.
생각해보면 그래. 성인과 미성년자의 차이는, 어느 시기가 되면 종이 한 장 차이일 뿐이더라고. 스무 살을 기점으로, 단 하루 사이에 어제는 미성년자였던 내가 성인이 되어버린 셈이잖아. 그렇다고 내가 갑자기 세상의 이치를 깨닫게 되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야. 그래서 어른이라는 말은 참 어렵다. 성인이 되었다는 말이, 어른이 되었다는 말과는 다르지 않을까 생각해.
고등학생을 동경하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 딱 네 나이지. 그 시기의 나는 많이 어려서 칠판에 숫자가 아닌 알파벳 따위를 적고선 그게 수학이라며 풀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멋있어 보였어. 나는 알지 못하는 세상의 이야기들이 그 칠판 안에 다 있는 듯 보였어. 지나고 보니 그건 그들조차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미지수일 뿐이었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일은 미지수 속에서 사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것 같아. 멋져 보이던 환상 속의 세상은 뛰어들어보니 어려움투성이고, 하나의 답을 구하기 위해 선행되는 답을 끊임없이 풀어내야 하는 그런 거랄까. 차이가 있다면 세상을 살아가는 일에 명쾌하게 딱 떨어지는 답은 없는 것 같지만. 아무튼 나도 언젠가 저렇게 성장하겠지 하며 마음 설렜던 때를 난 아직 기억한다.
지금 네가 보기엔 난 어른일까. 아마 아닐 거 같아. 넌 나의 철부지 같은 모습들을 워낙에 많이 봐온 동생이니까. 어쩌면 어른스러운 모습보다는 대책없어 보이는 모습을 더 많이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나를 믿고 의지해준 너에게 무한한 감사를 전해.
그런데 사실 난 그다지 어른이고 싶지 않아. 책임감 없는 소리 같아 부끄럽긴 하지만, 난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그다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런데 어른이라니, 그건 그냥 시늉하는 일일 뿐이잖아. 난 네가 보고 있는 나 그 자체가 전부거든.
게다가 난 어른이랍시고 동생들과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아. 차라리 그냥 조금은 철없는 모습으로 지금처럼 이야기하고 어울리면서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살고 싶어. 그럴 수 있다면 굳이 어른이지 않아도 괜찮을 거 같아. 오히려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 더 재미있을지도.
그러니 K군, 앞으로도 철부지 누나를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