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에게
J에게
나는 지금 새벽의 빈 건물이 무서워 학교에 못 가겠다는 동생을 위해 학교에 와있어. 사실 난 지금 잠이 몹시 부족한 상황이고, 아침부터 틀어진 나의 계획 탓에 오늘도 결국 내 예상과는 다른 하루로 일정을 보내겠지.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내 선택에 후회는 없어. 그리고 그런 나를 조금은 한심하게, 어쩌면 안쓰럽게 바라보겠지. 조금 더 영악하게 세상을 살아야 한다는 그런 눈빛으로 말야.
언젠가 그런 말을 했었지. 내가 손해를 보면서까지 사람들에게 다른 의견을 피력하는 모습을 보일 때였어. 그리고 그건 내 가치관에 반하는 문제였거든.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익과 도덕 사이에서 저울질 해야 하는 일들이 참 많잖아. 멋들어지는 대답이야 빤하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도 알아. 사람들처럼 조금만 모르는 척 해버리면, 세상 살아가는 데에 적도 줄고, 굴곡도 적어지는데 왜 굳이 그렇게 힘들게 부딪혀 가냐면서. 나한테 뭐라 그랬었잖아. 그러게나 말이야. 내가 생각해도 내가 매번 피곤하게 사는 거 같기는 해.
그런데 몰랐겠지만, 나 생각보다 아주 어릴 때 내 인생의 우선순위를 정했어. 그 첫 번째가 사람이었어. 조금 피곤해지고, 힘들어지더라도 사람을 등지지는 말아야겠다, 사람을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었거든. 그 결과 내 삶은 몹시도 고단하고 피곤해졌지만, 대신 마음만큼은 한 점 부끄러움 없고 편안해.
그다음은 아마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이 되겠지. 글을 쓰고, 조용히 혼자 시간을 갖는다거나 하는 그런 것들 말이야. 아무리 바쁘고 중요한 시기일지라도 나는 이런 순간들을 포기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어. 몸은 고단하지만 내 정신만큼은 언제나 소소한 행복감이 함께 해. 지금도 그런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고 말야.
그리고 마지막이 돈이야. 나는 언젠가부터 자꾸만 돈 얘기를 하는 어른이 되어있더라. 전엔 돈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이 속물 같아 너무 싫었는데, 세상을 살다 보니 그 이유를 알겠더라고. 결국 내 사람을 챙기고,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내 삶을 살아가는 건 전부 돈이 필요하잖아. 그걸 이제는 아는 거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이상 결국은 모든 게 다 돈이라는 걸.
내게 영악하지 못하다고 뭐라고는 하지만, 내가 행복하다면 J, 너도 내게 더는 뭐라 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아. 힘들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지금 내가 풍요롭다는 사실만큼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 난 행복하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살아갈 거야. 그러니 내 앞날을 응원해줘. 나도 더 열심히 살아내 볼게.